카자흐 대 중국의 남자농구 경기가 벌어진 11일 구덕체육관. 노란머리 파란눈의 카자흐 선수들을 지휘하는 감독은 뜻밖에도 왜소한 체격에 검은머리의 전형적인 동양인이었다. 김 아나톨리감독(48). 그는 한국계 3세다. 『북한땅에 살던 할아버지가 1902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하면서 러시아에 뿌리를 내리게 됐습니다』 그는 『어머니와 아내가 모두 한국인이기 때문에 혈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9년 카자흐대표팀 코치로 부임, 18년째 사령탑을 맡고 있다. 『선수로 잠깐 활약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지도자로 변신했다』는 김감독은 『카자흐에는 한국사람들이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큰 차별을 받지 않고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모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 지난 94년 군인선수권대회와 95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때 대표팀을 이끌고 방한한 적이 있다. 김감독은 현재 알마아타에서 아버지(김 그레고리·80) 어머니(안 가자·79)를 모시고 부인(안 바브리나·45)과 함께 살고 있다. 아들(김 제니아·25)은 군복무중. 김감독은 『카자흐 선수들이 체격은 좋지만 개인기가 부족한 편』이라면서 『이번 대회 목표는 준우승』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