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賢哲(김현철)씨가 지난 92년 아버지인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대선자금 잔여금을 숨겨놓고 관리해 온 행위는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현철씨는 92년 김대통령의 사조직인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나사본)의 대선자금 잔여금 70억원을 관리해 온 것으로 확인된 상태다. 간단한 문제일 것 같지만 범죄행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세가지 조건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 그 조건은 △돈의 소유 주체 △현철씨의 처분재량권 보유 여부 △소유주체의동의 또는 묵인하에돈관리가 이뤄졌느냐 하는 것 등이다. 먼저 70억원이 비록 나사본의 대선자금 잔여금이지만 돈의 소유 주체는 김대통령 또는 신한국당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신한국당 총재인 김대통령의 사전동의 또는 적어도 묵인이 없었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에 해당한다. 이 경우 현철씨의 지시를 받고 돈을 빼낸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씨와 함께 횡령죄의 공모공동정범이 된다. 특경가법상 횡령죄는 횡령액수가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중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사전에 이를 알고 묵인했거나 동의했다면 현철씨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 경우 김대통령은 비자금을 은닉한 것이 되는 만큼 엄청난 도덕적 비난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나사본의 대선자금 잔여금이라면 나사본의 공식적인 의결과정 없이 돈을 빼냈을 경우 횡령죄에 해당한다. 다만 현철씨가 나사본의 대선자금에 대해 실질적으로 처분재량권을 갖고 있었다면 횡령죄 적용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현철씨가 대선기간중 개인적으로 조성한 돈 가운데 쓰고 남은 돈이라면 횡령죄 적용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돈의 소유권이 현철씨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철씨가 이권이나 특혜를 주는 조건으로 기업체 등에서 대선자금을 받았다면 특경가법상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돼 돈의 은닉과 관리는 처벌을 피할 수 있지만 돈을 받은 사실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한편 검찰은 이같은 법적용의 난점을 들어 현철씨를 구속할 때는 대선자금 잔여금을 범죄내용에서 제외하되 적어도 기소 이전에는 혐의적용 여부를 최종결정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종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