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치인과 시민 대토론회」에서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는 패널리스트들의 집요한 질문공세를 재치있는 농담으로 되받아치는 등 노련한 「정치9단」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 때문에 토론회장에는 방청인들의 웃음과 박수가 잇따랐고 사회자가 몇차례나 이를 제지하다 김총재에게 『박수를 그만 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총재는 이날 △내각제추진 △야권후보 단일화 △단독출마 등 자민련의 진로와 관련한 세가지 가능성을 모두 배제하지 않으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총재는 이날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와의 「대권(大權)공조」를 역설하면서도 내각제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이견을 노출. 김총재는 『우리당은 내각제를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국민회의는 내각제를 수단으로 생각해 상당한 괴리가 있다』면서 『하지만 이를 메우고 단일후보를 내야 이기는 만큼 지켜봐 달라』고 답변. 그는 또 『김대중총재가 내각제는 수용하되 후보는 자기가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는 지적에 『단일화가 대명제지만 자기 생각대로 결말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면 너무 빠른 계산』이라고 일침. 김대중총재가 제안한 거국내각에 대해서도 그는 『대통령중심제에서 연립내각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나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후보선정은 당에 맡기고 엄정중립을 유지해 달라고 얘기했다』고 부연. ○…김총재는 『답변이 너무 느리고 길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충청도 출신이라서 그런가 보다』고 농담. 또 「제3후보론」에 대해서는 『말들은 그렇게 하는데 국민들이 냉큼 찬동하고 자민련이 냉큼 받아들일 만한 인물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응수. 김총재는 『팽(烹)당했을 때 권력무상을 느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런거 느끼지 않았다. 지난 30여년동안 만날 그렇게 당해왔으니까』라고 답변. ○…이날 패널리스트들은 김총재의 과거 전력(前歷)과 용퇴의사를 집중 질문. 김총재는 「5.16쿠데타」에 대해 『당시 우리나라는 「흡혈귀」라는 모욕을 당할 정도로 「거지중의 상거지 나라」였다』며 『어제의 일을 오늘의 논리로 봐서는 안된다』고 반박. 그는 다만 『5.16에 가담한 사람으로서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 그는 특히 자신의 용퇴여부에 대해 프로스트의 시구(詩句)를 인용,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몇마일이 남아 있다』면서 『나름대로 닦아온 경륜을 그냥 가져가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라고 답변. ○…이날 토론회장에는 국민회의쪽에서 趙世衡(조세형)총재권한대행 朴相千(박상천)총무 韓光玉(한광옥)사무총장 朴智元(박지원)기조실장 金榮煥(김영환)정세분석실장 등이 참석해 양당간의 공조관계를 과시. 다만 다른 대선주자들과는 달리 이날 김총재의 부인 朴榮玉(박영옥)여사가 참석하지 않았는데 당관계자는 『박여사가 한사코 「나는 촌사람이라서 그런 자리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고집해 딸이 대신 나왔다』고 설명.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