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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전통찻집]한옥에 흐르는 옛가락… 정겨운 분위기

입력 | 1997-05-15 08:06:00


「차 따기를 살피건대 시기가 중요하다. 이른즉 맛이 온전치 않고 늦은즉 신기로움이 흩어진다. 곡우 앞 5일이 위요, 뒤 5일이 버금, 그 다음 5일이 그 뒤다」 중국 명나라 때의 장원(張源)이 지은 「다록(茶錄)」에 나오는 내용이다. 녹차는 이처럼 곡우인 4월20일을 전후해 따낸 우전차(雨前茶)와 세작(細鵲)을 제일로 친다. 맛이 가장 담백하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전통찻집에 이번 주 초부터 우전과 세작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차인연합회 정인오 사무국장의 추천을 받아 개성있는 차를 내거나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전통찻집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찻집이 한옥의 분위기가 나도록 내부를 꾸미고 전통음악을 틀어 한가롭고 정겨운 옛 정취를 느끼게 한다. 고유한 한방차 메뉴를 가진 집도 많으며 차와 다구를 판매하기도 한다. ▼경인미술관 전통다원〓구한말 개화파 대신의 한사람인 박영효의 생가에 자리잡은 찻집. 한옥집 사랑채에 앉아 정원을 내다보며 한국제다의 작설차 오룡차 국화차 등을 맛볼 수 있다.02―730―6305 ▼귀천〓작고한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씨가 운영하는 찻집. 시인 등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다. 세작이나 중작으로 우려낸 녹차가 2천5백원.734―2828 ▼다예원〓피어오르는 향냄새가 절집을 연상시킨다. 지리산 우전차와 세작을 마실 수 있으며 국화 장미 등을 말린 차를 1백g당 1만원에 판다.732―2737 ▼심우방〓지리산 칠불암 부근의 산록에서 딴 야생차만을 고집하는 찻집. 지리산 야생 우전차 1백g들이를 8만5천원, 세작은 4만5천원에 판매한다. 오미자 구기자 등을 넣은 오자탕 등도 별미.730―9702 ▼옛찻집〓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앉아 녹차를 즐기는 기분이 오붓하다. 실내에 백문조 상사조 등 새를 키워 이색적인 정취를 살렸다. 작설차 배숙차 등을 맛볼 수 있다.722―5019 ▼초당〓한쪽 벽 앞에 놓인 불상이 불교적 정취를 물씬 풍긴다. 찻잎을 쪄서 만든 증제차 반야로작설을 맛볼 수 있다. 1백g들이를 12만원에 판매한다.738―4154 ▼차 및 다구판매점〓한국제다의 서울총판인 서울차생원(730―2983)과 쌍계제다의 서울사무소(720―5392)에서는 전남 보성지역의 차를 백화점 등에서보다 싼값에 판다. 다솔(739―8776)에서는 설악산 중턱에서 따낸 야생 찻잎으로 만든 「귀전우수차」 1백g짜리를 5만원에 판다. 10여곳의 다구판매점에서는 다관 숙우(식힘그릇) 찻잔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박중현·이나연기자〉 ◇ 녹차 제대로 즐깁시다 ① 말린 잎이 가늘고 광택이 있으며 바짝 건조된 것이 좋은 차. 연황색이 나는 묵은 잎이 적어야 하며 손으로 쥐었을 때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상등품이다. ② 수돗물을 찻물로 그냥 사용하면 소독을 위해 넣은 염소가 차의 맛을 죽인다. 수돗물을 2∼3분 동안 끓인 뒤 식혀 사용하거나 4∼5시간 받아둔 뒤 찻물로 쓴다. ③ 너무 뜨거운 물에 차를 우려내면 카테린 등의 성분이 녹아나와 맛이 떫어진다. 고급차일수록 팔팔 끓인 뒤 비교적 낮은 온도(60∼70도)로 식힌 찻물에 2분 정도 우려내야 제맛이 난다. ④ 차를 우려내 따를 때에는 잔마다 돌아가며 조금씩 여러 차례에 나누어 따른다. 다관 안의 녹차는 위와 아래에 농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⑤ 차는 개봉한 뒤 가능한한 빨리 사용한다. 남은 찻잎은 밀봉해 냉장고의 냉동실이나 냉장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조금씩 꺼내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