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成旭(이성욱·37·문화비평가·서울 은평구 응암2동)씨 나는 우리 정치를 중대장 문화라고 생각한다. 중대장이 『앉아』 『일어서』를 명령하면 정치가들은 내심이야 어떻든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순종한다. 그 순종이 빚어낼 정치적 사회적 결과는 외면한다. 일단 중대장 눈에 들어야 한다. 노동법 안기부법 날치기 과정에서 새벽에 집합한 여당 의원들의 확실한 「군기」는 정치가들이 중대장 명령에 얼마나 온순한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우리 정치는 또 뒷골목 문화라고도 생각한다. 보스를 위해서라면 돌에 맞아 죽어도 좋다. 그 전통은 여야 불문하고 지금도 의연히 관류하고 있다. 군대에도, 뒷골목에도 개성적 개인은 없다. 말 잘 듣는 부하가 돼야 하는 것이다. 사석에서 만나보는 정치가들은 모두 똑똑하고 기개에 넘친다. 현실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전을 또르르 꿰고 있다. 그런 이들이 정당에 들어가 보스앞에만 서면 오금을 못 쓴다. 제 스스로 고만고만한 난쟁이가 되고자 몸피를 줄인다. 그들은 반드시 제 아랫사람에게 자기가 보스 앞에 수그린 머리 각도 이상을 요구할 것이다. 패거리 정치는 숫자와 암수로 승부를 거는 정치다. 뒷골목 패싸움은 머릿수와 완력으로 결판난다. 차이가 있다면 배운 머리라고 책략을 쓸 줄 아는 것 정도라고나 할까. 하지만 우리 정치문화는 뒷골목 문화도 못된다. 뒷골목 두목들은 어느 시기가 되면 부하들을 모두 물리고 1대1 진검승부를 겨룰 줄 알지만 정치패거리 보스들은 그렇지 못하다. 오로지 부하의 머릿수만 부풀려 자기정치 생명만 연장하려고 들 뿐이다. 그리고 그 뒤에 앉아 대리전만 부추기는 것이다. 패거리 정치는 그래서 비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