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속의 「노동자시인」 박노해씨(본명 박기평·39)가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띄웠다. 산문시에 가까운 단상 60여편을 수록한 에세이집 「새벽에 길어올린 생각하나」(가제)가 내달초 해냄출판사에서 출간된다. 옥중시집 「참된 시작」(창작과 비평)이 출간된 지 4년만이다. 국가보안법위반죄의 무기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수형생활 7년째를 경주교도소에서 맞고 있는 박씨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새 책에서 더 이상 혁명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도 변함없이 혁명을 꿈꾸는 친구가 찾아오면 왠지 눈물이 난다」고 말한다. 박노해씨가 「혁명」 대신 힘주어 얘기하는 것은 「현실」. 그러나 감옥 속에서 그가 새로 공부하는 현실은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찬 소주를 붓던」 80년대의 「노동의 새벽」과는 다른 모습이다. 박씨는 「더듬더듬 영어를 새로 익히며」 세계를 공부하고, 「서태지와 록과 R&B를 따라부르며」 신세대를 이해하고, 「아이낳고 밥을 벌게된」 과거의 혁명동지들을 보며 생활민중을 감지한다고 고백한다. 「열정어린 청년들이 먼 길 찾아와 투명창 너머로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가/선생님, 지금 가장 절실한 게 뭐예요? 자나깨나 혁명이란 화두이시겠지…/가만히 웃음 짓다가 말없이 돌아왔네/지금 나에게 가장 절실한 거?/끝도없이 걷고 싶은 거, 여자의 부드러운 살 부비고 싶은 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밥상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얘기하며 밥 먹는거…」(「인간의 기본」 중). 「새벽에…」에 실리는 시들은 종이위에 쓰인 것이 아니다. 박씨가 형 박기호신부 아내 김진주씨와의 면회중에 전한 골격을 두사람이 간추려 살을 붙였다.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