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다시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지난 1.4분기(1∼3월)에 국내 수요가 총 2백16만2천t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2%, 수출도 물량기준으로 12.2% 늘어났기 때문. LG화학이 올해 폴리프로필렌설비를 연산 16만5천t에서 33만t으로 2배 이상 늘리는 등 대부분의 업체가 설비확장에 나서고 있다. 불안한 해외시장을 감안할 때 다소 위험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우려다. 이에 대해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정부차원의 개입은 없을 것』이라며 『해당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괜히 조정역할을 맡았다가 망신당하기 싫다는 분위기다. 이같은 자세는 정부가 개입했던 자동차산업과 철강산업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 삼성의 승용차사업 진입을 허용한지 3년만에 국내 자동차산업은 과잉중복투자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부터 공급과잉에 시달려온 자동차업계는 올해 내수에서만 50만대가 남아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삼성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2000년의 자동차산업 설비 가동률은 50%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다. 철강산업은 한보와 삼미의 부도로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 「90년대말에는 철강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정부 예상과 맞물려 국내 철강업체들의 설비투자는 지난 95년의 경우 4조1천억원으로 전년대비 35%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 예측과는 달리 벌써부터 공급과잉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철강 등 주요산업에 대한 정부의 산업정책은 아무래도 정확했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주먹구구식 예측 및 특정기업에 대한 사랑과 미움을 바탕으로 한 산업정책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임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