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내 핵심인사, 특히 민주계 사람들 입에선 『高建(고건)내각이 바로 중립내각』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는 물론 金賢哲(김현철)씨 구속을 계기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정국수습 차원에서 이른바 「중립내각」을 출범시킬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의식한 얘기다. 신한국당의 일부 당직자들은 어차피 7월 중순경 열릴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가 선출되면 선거중립내각을 출범시켜야 할 가능성이 큰데 그럴 바에야 개각을 앞당겨 한보정국 수습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해왔었다. 실제로 여권 일각에서는 그동안 대선후보가 확정된 뒤 김대통령이 신한국당 총재직을 사퇴하고 대선후보와 협의, 6공 말의 玄勝鍾(현승종)내각과 유사한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방안이 대두돼왔다. 또 이밖에도 92년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입장 발표 후 정국 수습용 개각을 단행하는 방안 등 여러갈래의 논의들이 오가는 중이다. 특히 현철씨의 국정개입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지목돼온 일부 각료를 교체, 혼돈 정국의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청와대나 여권 고위인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우선 고건내각이 출범한 지 두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김대통령은 고건내각을 사실상의 중립내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현 내각에 고총리와 호남출신 각료가 무려 8명이나 된다. 또 무슨 중립내각이 필요하다는 말이냐』는 얘기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여권 핵심인사들은 또 갈피를 잡아 타개책을 도모하기 힘들만큼 난마처럼 엉겨있는 정국상황속에 어떤 내용의 개각이 묘책이 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태도다. 『김대통령은 이제 그런 즉흥적 정국타개책에 연연하지 않고 초연하게 남북관계에만 전념할 것』이라는 게 한 여권 고위관계자의 전언이다. 다만 비경제부처 각료 중 당적을 가진 장관들의 일부 「교통정리」 가능성까지는 부인하지 않겠다는 게 청와대쪽 분위기인 것 같다. 현재 신한국당에서 입각한 장관들은 姜慶植(강경식)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丁時采(정시채)농림부장관 姜賢旭(강현욱)환경부장관 孫鶴圭(손학규)보건복지부장관 辛相佑(신상우)해양수산부장관 金漢圭(김한규)총무처장관 등 5명. 그러나 설령 당정을 대선체제로 가동하면서 일부 「당적 장관」들을 정리하더라도 위기경제관리역을 맡고 있는 강부총리를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