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金賢哲(김현철)씨의 사법처리를 계기로 길고 어두운 「한보터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으나 「92년 대선자금 잔여금」이라는 또 다른 대형폭발물이 터널출구를 가로막고 있어 고심하고 있다. 「대선자금 잔여금」은 이미 집행된 「지나간 일」이 아니라 「현재형 부정자금」이어서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비자금과 개념상 다를 게 없다. 따라서 신한국당은 「대선자금 잔여금」에 대해서만은 표면적으론 철저히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15일 당직자회의에서도 『검찰조사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의혹이 진실규명차원에서 밝혀지길 기대하며 만일 조사결과 책임이 있다면 순리와 상식에 따라 처리돼야 하는 것』이라는 원칙론을 펴는데 그쳤다. 당내 대선 예비주자들도 이 문제만큼은 조심스럽다. 李會昌(이회창)대표는 며칠전 사석에서 『만약 대선자금 잔여분이 사실로 드러나면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자택에서 『대선자금 잔여금은 현재 드러난 것이 없다』며 정치제도개혁에 무게중심을 뒀다. 이대표의 이같은 입장완화는 「대선자금 잔여금」이 갖고있는 폭발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선자금 잔여금문제를 둘러싸고 당내 세력간에 보이지 않는 알력과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정계의 한 당직자는 『대선자금과 잔여금은 별개의 일이다.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런데도 여당내에서 대선자금 잔여금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입조심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 돈의 폭발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민주계는 『당지도부가 이를 경솔히 꺼내선 안된다』며 조기봉합을 서두르고 있다. 〈이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