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발언대]정순영/기초단체장 정당추천 재고를

입력 | 1997-05-16 08:20:00


지방자치가 대표적인 지역정치라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당체제가 중앙당 중심으로 운영되는데다 지역 대표성마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기초자치단체장인 시장 군수 구청장까지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게 돼 있어 많은 부작용을 불러오는 실정이다. 역사적으로 주민자치는 서구에서 고을 단위로 시작됐다. 주민들이 대표자를 뽑아 자신들이 스스로 처리해야 할 공적인 일을 맡긴데서 유래했다. 우리 나라의 기초지방자치도 따지고 보면 지역적 전통과 특성을 지닌 시 군 구민들이 대표자인 시장 군수 구청장을 뽑아 지역의 일을 맡기는 형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고을의 일을 맡아 처리해야 할 자치단체장이 정당의 추천을 받은 정당인인 까닭에 자치단체장에 따라서 어느 시 군 구는 정부여당 자치단체, 또 어느 시 군 구는 야당 자치단체가 돼버리는 모순이 생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앙정부가 불필요하게 야당소속 자치단체장에 대해 견제할 수도 있을 것이며 반대로 야당소속 자치단체장은 정부로부터 부당한 간섭이라도 받지 않나 하는 갈등을 느끼게 마련이다. 자치단체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느끼는 불편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맞춰 열심히 일하다 보면 특정정당에 봉사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와 반대인 경우에는 비협조적인 인물로 분류되기까지 한다. 특별시 광역시 도 등의 광역자치단체장이야 상당한 정치적 기능을 갖게 되는 만큼 정당의 지나친 중앙당화를 막는다는 관점에서도 정당추천을 존속시킬 수 있겠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추천은 마땅히 재고돼야 한다. 지역 주민의 생활행정을 담당하는 시장 군수 구청장을 굳이 정당 소속으로 묶어 활동하는데 갖가지 제약을 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또 실제로 영남지역은 정부여당 지방자치단체, 호남지역은 야당 지방자치단체가 된 셈이니 그렇지 않아도 골이 깊은 지역감정을 부채질하는 역작용마저 생겼다. 결국 주민들이 자치행정에 참여하는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의 발전에도 부정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내년에 실시하는 지방선거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추천제 관련법률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정치꾼이 아닌 지역의 덕망있는 인사를 대표자로 뽑아야 한다. 그래서 쓰레기 잘 치우고 도로 잘 뚫는 주민본위의 지방자치가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정순영(서울 서대문구청 기획예산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