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벗긴 통나무. 생체실험을 하기 위한 「인간」을 일본군은 그렇게 불렀다. 이 섬뜩한 단어로 기억되고 있는 일본군 731부대. 2차대전 당시 만주에서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했던 집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2년반 동안 모두 8백18차례나 열린 도쿄 전범재판에서 731부대원은 단 한 명도 처벌되지 않았다. 무엇 때문일까. 18일과 25일 KBS 1TV에서 방송되는 「일요스페셜―731부대는 살아있다」는 731부대와 관련된 석연치 않은 의혹들을 파헤치고 오늘날의 의미를 묻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중국 포로수용소에서 생체실험을 당한 뒤 지금도 고통속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 생존자들의 증언에서부터 시작된다. 제작진은 731부대의 궤적을 추적하면서 조선인 생체실험 희생자였던 심득룡씨의 신원을 확인해냈고 731부대가 페스트균의 생체실험과정을 기록한 「리포트Q」를 미국 국립문서 보관소에서 찾아내 공개한다. 731부대원들은 전후 방대한 생체실험 자료를 미국에 넘겨주는 대가로 전범재판에 회부되지 않았으며 이후 일본 의학계와 교육계 요직에 진출해 731부대에서 얻은 실험결과들을 활용한다. 이 프로는 지난해 방송위원회에서 선정한 프로그램 기획부문 수상작. 당시 심사를 맡았던 차범석 예술원부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프로그램 시사회에서 『731부대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지 않은 사람들도 「아, 저거였구나」라고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하다』며 『다큐로는 아직 응고가 덜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쉽다』고 평했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