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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관 붕괴현장 스케치]2차선 도로덮쳐 전쟁터 방불

입력 | 1997-05-17 14:49:00


○…17일 오전 철거작업 도중 무너진 국일관이 있는 서울 종로구 관수동 20번지 일대는 철골구조물과 콘크리트더미가 2차선도로를 덮쳐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 특히 부근도로에 주차돼 있던 서울 33아 3169호 택시와 서울 81고 2834호, 번호를 알 수 없는 오토바이 1대가 건물더미에 깔려 완전히 찌그러졌다. 또 국일관 바로옆 한일장 숯불갈비집은 건물이 무너지면서 철근과 콘크리트더미가 2층 지붕을 덮치는 바람에 5평 정도가 내려앉았으며 부근 국일 꽃화원(주인 조종태·61) 지붕도 철근이 덮쳐 간판이 파손되고 지붕이 찌그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사고가 나자 한국전력과 가스공사는 안전사고를 우려, 사고현장 일대의 전기와 가스공급을 중단시키는 한편 안전요원 10여명씩을 파견,긴급 복구작업을 벌였다. 관할 종로소방서도 구급차와 포클레인, 굴착기 등 장비 14대와 소방요원 50여명을 투입, 인명구조와 건물잔해 철거작업을 벌였으나 건물더미에 깔렸던 서울 81고 2834호 4인용 1t트럭 운전사 정원종씨(33)가 병원 후송도중 사망하자 구조요원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도 1개중대 1백50명을 국일관 일대도로에 배치, 교통을 통제하는 한편 주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주민 洪봉림씨(57·천인휘장공업사 대표)는 『며칠전에는 서울 도심 아파트 축대가 붕괴되더니 안전조치 미비로 철거중인 건물이 무너져 내리다니 도대체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며 『이러한 현상은 구청 등 감독관청의 안전불감증이 빚은 人災』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일로 트럭을 타고가다 사고를 당한 朴春緖씨(21·경기 광명시 철산4동)와 洪정표씨(39·서울 중랑구 상봉동)는 인근 한국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의료진이 설명. 소화설비 설치업체인 광진설비 직원들인 朴씨 등은 숨진 회사동료 정종원씨(33)가 몰던 6인승 포터 승용차에 동승,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국일관 옆에 있는 회사로 돌아가다 사고를 당했다는 것. 사고 당시 뒷좌석에 타고있던 朴씨는 머리와 목부분을, 조수석에 있던 洪씨는 머리와 가슴을 심하게 다쳤다. ○…朴씨는 『국일관 앞을 지나는데 갑자기 앞에서 「오지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우루루」하는 굉음과 함께 뭔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숨진 정씨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는 순간 둔탁한 물체들이 차를 덮쳐 정신을 잃었다』고 설명. 朴씨는 『잠시후 정신이 들어보니 동료들의 신음소리 속에 열린 차창문을 통해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차에서 빠져나왔으며 정씨는 맨 마지막으로 구조됐다』고 말했다. 朴씨등이 입원한 한국병원에는 회사동료 2명이 급히 달려와 어이없는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을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