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賢哲(김현철)씨의 구속을 계기로 이제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보사건 2차 수사를 거의 마무리한 검찰수사팀의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공식 입장은 『현재로선 수사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17일 『(대선자금 수사는) 우리의 링 안에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의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는 것 뿐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진 이달초 곤혹스런 표정으로 『대선자금 보도는 제발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는 『그러면 대선자금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검찰 관계자들은 그후에도 대선자금 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이같은 점으로 볼 때 검찰의 「진심」은 『대선자금 수사를 하고 싶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며 여건도 안갖추어졌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검찰 고위간부는 『대선자금 수사는 현재의 정치구도를 혁명적으로 뒤흔드는 거사(擧事)다. 수사를 시작하면 나라 전체가 다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경제도 최악이어서 수사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관련자들을 형사소추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야당 관련자들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이고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재임기간중 형사소추가 불가능하다. 검찰은 그러나 돌출적인 상황변화가 있을 경우 언제든지 대선자금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대선자금 잔여금을 수사하면서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몸통도 상당부분 파악했다』는 수사관계자의 말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김현철씨가 관리한 대선자금 잔여금에 대해서도 검찰은 비슷한 입장이다. 검찰은 현철씨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구속수감중)씨가 관리한 1백32억원의 대부분이 대선자금 잔여금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대선자금 잔여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며 현철씨의 구속영장에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철씨가 관리해온 대선자금 잔여금과 비자금의 총규모, 잔액도 공개되지 않았다. 수사팀은 다음주중 적당한 기회에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자금 잔여금을 밝히려 하지만 사안의 폭발성을 우려한 검찰수뇌부나 청와대에서 이를 수용할지가 주목된다. 수사팀은 이같은 고민때문인지 대선자금에 대해 정치권이 먼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노력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