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賢哲(김현철)씨 구속이 정국을 뒤덮고 있는 난기류를 당장 걷어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현철씨가 구속된 17일 야권이 드러낸 입장을 보아도 이같은 전망이 분명해진다. 국민회의는 이날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현철씨 구속으로 정국이 수습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어리석은 생각』(薛勳·설훈수석부대변인)이라고 못박았다. 김대통령이 92년 대선 당시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과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으로부터 받은 대선자금의 진실을 밝히고 신한국당을 탈당,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지 않는 한 정국수습의 길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회의의 당론엔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야권의 의지와는 별도로 향후 정치일정이 정국 분위기를 크든 작든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도 사실이다. 현재 예정된 여야의 주요 정치일정으로는 △국민회의 전당대회(19일)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입장표명(21일경) △신한국당 경선규정 확정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29일) △임시국회 소집 및 정치자금법 등 개정을 위한 여야협상 시작(6월9일경) △자민련 전당대회(6월24일) △신한국당 대선후보선출을 위한 전당대회(7월중순경) 등이 예정돼 있다. 특히 김대통령이 92년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어떤 내용이든 입장표명을 하고 한보수사를 마무리지으면 시기적으로 정국은 대선국면으로 전환되리라는 게 여권의 기대다. 야권도 파국의 초래를 바라지는 않는 분위기다. 대선자금 문제 등을 들어 김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공세는 계속해 나가겠지만 앞으로의 대여(對與)공세는 공세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대선전략의 일환으로 벌여나갈 가능성이 크다. 국민회의의 한 핵심인사는 『현재 국민여론은 김대통령의 하야(下野)불가피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대선자금에 관한 야당의 문제 제기는 오히려 국민적 의혹이 대통령 인책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발전되지 않도록 중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설령 대선자금 문제를 계속 제기하더라도 김대통령과의 「결판」을 각오한 배수진은 아니라는 뜻이다. 金大中(김대중)총재도 기회있을 때마다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민련도 일각에서 김대통령 하야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나 김종필(김종필)총재의 뜻도 그렇고 당론도 「극한 상황」으로까지 몰고 가지는 않는다는 선이 분명하다. 김대통령의 가시적 몰락은 야권의 양김씨에게 정치적 이득을 가져오기보다 정치적 기반의 붕괴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