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부산 동래구 명장2동 제마직업전문학교 3층 실습실. 60여명의 고교생이 자동차정비 실습을 하던중 실수로 엔진시동용 휘발유에 불씨가 옮겨붙었다. 순식간에 불길이 번졌지만 단 한개뿐인 소화기는 고장난 채였고 비상구도, 비상벨도 없었다. 폭 1m도 안되는 좁은 계단엔 가스통이 마구 방치돼 있었고 창문은 애초부터 열리지 않게 잠겨 있었다. 이날 불은 전문기술인의 꿈을 키우던 고교생 4명이 숨지고 36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를 빚었다. 피해자들은 모두 인근 D실업고교생으로 학교에 실습시설이 부족해 자비로 위탁교육을 받던중이었다. 노동부에 따르면 이번 참사가 난 제마직업전문학교뿐만 아니라 전국의 상당수 민간 직업교육시설이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국엔 1백39곳의 민간 직업전문학교가 노동부의 인가를 받아 3만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실기교육을 시키고 있다. 직업전문학교는 특히 고교졸업과 동시에 사회에 진출하려는 인문계 고교생들의 위탁교육을 맡고 있어 정부가 보조금도 지원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제2의 학교로 기능하고 있는데도 직업전문학교에 대해서는 학교시설의 안전에 관한 아무런 기준도 없는 상태다. 일반 학교는 법령에 따라 면적 실내조명도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학교시설 허가가 나오는데 반해 직업전문학교는 훈련교사수와 실습장비만 갖추면 된다. 안전뿐 아니라 행정의 사각지대에 서있는 셈이다. 〈이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