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는 아프리카대륙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면적 2백34만㎢ 인구 약 4천만명의 빈국(貧國)이다. 32년간 장기 집권한 모부투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포기한 채 수도 킨샤사를 탈출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해 10월 자이르 동부에서 항전을 시작한 지 7개월여만에 수도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반군 지도자 로랑 카빌라의 집권이 확실시 되고 있다 ▼자이르가 벨기에의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5년뒤인 65년11월 쿠데타로 집권한 모부투는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고 서양식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다. 강인함과 불굴의 의지를 바탕으로 불로써 정복하는 전능한 전사(戰士)란 뜻의 「모부투 세세 세코」로 자신의 이름을 고치고 국호도 콩고에서 자이르로 바꿨다. 그의 이런 자이르화(化)정책은 한때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자이르는 그의 철권통치와 장기집권 때문에 쇠락의 길로 치달았다. 인권유린이 공공연히 자행됐고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국민의 가난은 아랑곳없이 모부투와 그 측근의 치부(致富)행각은 끝을 모르게 계속됐다. 호화로운 궁전을 11개나 세웠고 6백만달러짜리 스위스 별장을 사들이기도 했다. 모부투가 해외로 빼돌린 돈이 20억달러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모부투의 종말은 이미 오래전에 예고돼 있었던 것이다 ▼자이르의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경제난 타개와 뿌리깊은 종족 갈등 해소 등 어려운 문제들이 당장 눈앞에 가로놓였다. 모부투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도 손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좌익 혁명가에서 친미(親美)주의자로 변신한 자이르의 새 실력자 카빌라의 역할이 주목된다. 자이르의 민주화와 경제재건을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