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현직 대통령 아들의 구속 수감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본 각계인사와 시민들은 이를 계기로 부패정치 정경유착 불신풍조 등으로 황폐화하고 있는 한국사회가 바로 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金賢哲(김현철)씨의 구속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 교훈을 삼되 우리 사회가 너무 과거에 얽매여 난국을 헤쳐나갈 힘을 잃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92년 대선자금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진솔하게 공개하고 용서를 구함으로써 나라가 안정을 찾아 시국 불안이 해소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각계 인사들은 요구했다. ▼朴永學(박영학·50·H물산대표)씨〓한보사태와 현철씨 비리사건 등 연일 터지는 대형 정치사건으로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국민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미 다 알고 있는데 검찰이나 정치권이 사태 해결에 너무 뜸을 들이는 것 같다. 빨리 사법적으로 종결짓고 정치인이나 국민 모두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全英美(전영미·48·여·의류판매업)씨〓현철씨 문제가 점점 확대되고 여야가 대립해 정치가 마비되거나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경기로 국민생활은 점점 악화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빨리 사법처리를 매듭짓고 정치인들이 민생문제에 신경을 쓰면 좋겠다. ▼金日秀(김일수·51·고려대 법과대학장)씨〓김대통령은 대선자금 규모와 잔여금, 한보사태 등의 사안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모두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김대통령은 당적을 버리고 대통령 선거에 중립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林玄鎭(임현진·48·서울대 사회학과교수)씨〓현철씨가 사법처리돼도 대선자금에 대한 국민의 의혹은 남을 것이므로 대통령 뿐 아니라 야당도 솔직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다가오는 대선에서 똑같은 폐해가 반복되지 않는다. 대권주자들도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고 경쟁에 나서기를 바란다. ▼鄭慶子(정경자·36·주부·인천 북구 부개동)씨〓매일 보고 듣는 우울한 뉴스가 현철씨 구속을 계기로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다. 따지고 보면 뇌물을 받거나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넣는 것은 과거의 모든 권력자들이나 정치인들의 관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꺼번에 과거의 정치풍토를 뒤엎고 새로운 정치풍토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분들에 대해 차분히 매듭을 짓고 점진적으로 개혁을 해 나가야 한다. ▼李在聖(이재성·27·서울대 계산통계학과 4년)씨〓현철씨 구속을 내세워 한보부도로 빚어진 일련의 사태를 덮으려해서는 안된다. 대선자금에 대한 명확한 규명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 기회에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올 연말의 대선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금동근·이철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