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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쌍용자동차 수석연구원 이양섭씨

입력 | 1997-05-19 08:08:00


세계에 이름 석자를 날리는 한국인을 꼽으라면 대부분 유명 정치인이나 대그룹 회장을 떠올린다. 실제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마퀴스 세계유명인명록」 97년판에 실려있는 한국인들은 金泳三(김영삼) 鄭周永(정주영) 鄭世永(정세영) 등 당대를 풍미한 쟁쟁한 이름들. 그러나 이 인명록에 실려있는 70여명의 한국인중 전혀 귀에 익지 않은 이름도 있다. 李亮燮(이양섭)씨. 「Yang Sub Lee」라는 굵은 영자명 뒤엔 「한국 안양, 56년 9월20일 출생,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석사 박사, 전문학술저널에 기여한 바 큼, 현재 쌍용자동차 수석연구원」이라는 짧은 경력이 쓰여있다. 국내에선 무명에 가깝지만 이박사는 국제 음향학 분야에선 석학으로 통한다. 소리라는 물리현상을 통념을 뛰어넘어 3차원까지 확대 분석한 그의 「비선형(非線形)이론」은 현재 암 박멸, 신장결석 치료, 해저물체 탐지술, 지구온난화 연구 등 전세계적으로 실용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가 인명록에 실리게 된 것은 세계적인 학술잡지인 「미국 음향학회 저널」에 자신의 신이론을 소개한 충격적인 논문 세편이 실린 때문. 「비선형이론」은 미국 등에서 발행되는 교과서와 핸드북에 거의 빠짐없이 실려 후학들의 연구대상이 됐다. 『왜 대학 강단에 서지 않느냐고요? 이론을 검증하는 데 1시간 사용료가 70만원쯤 하는 슈퍼컴퓨터를 며칠씩 돌려야 하는 경우가 허다한 게 제 연구작업입니다. 열악한 국내 대학여건상 거의 불가능한 얘기지요』 이박사는 94년 초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직후 선배의 권유로 주저없이 쌍용자동차에 입사했다. 기업체에서 전공을 살리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가 맡은 주업무는 자동차 소음줄이기. 『누구나 소음과 진동은 느낄 수 있습니다. 고급차의 기준은 소음과 진동에서 결정된다는 얘기지요』 소음은 최대 10만개의 자동차부품에서 제각기 쏟아져 나온다. 이 소음들은 이제 고도의 이론을 갖춘 벅찬 상대, 이양섭씨를 만난 셈이다. 〈박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