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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주택/홍릉주택]『햇살 쏟아지는 열린 공간』

입력 | 1997-05-19 08:08:00


모든 건축이 다 그렇지만 특히 주택은 내부공간이 가장 중요하다. 건물 외관을 꾸미는 것이 설계의 큰 부분인 양 생각하는 경향도 있지만 외관은 내부공간을 만들다보면 저절로 나오는 결과물이다. 주택 설계는 매번 새로운 문제와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 내가 설계에서 늘 이루려고 하는 점이 몇가지 있다. 우선 실내공간을 밝게 만들려고 한다. 낮에는 많은 햇살이 들어오게 하고 가능한한 밝은 내부공간으로 마감하려고 한다. 그리고 공간적으로 시원하게 열리게 한다. 공간이 열리려면 그곳의 생활도 많이 열려 있는 것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많은 방을 벽으로 일일이 막아놓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또 쓰기에 편하고 융통성있게 구성한다. 사람이 자라는 것처럼 가정도 자라고 변하기 때문에 개인과 가정 그리고 그 삶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융통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내부공간을 싸는 표피가 우리가 건축으로 인지하는 외관을 만든다. 나는 내부공간을 효율적으로 싸는 표피를 만들려고 한다. 건물의 외관에서 들쭉날쭉하는 많은 요소들이 치장적 요소로만 사용될 때 그것은 낭비다. 나는 반듯하지 못한 선이나 정확하지 못하고 적당히 처리된 구석을 보면 질색이다. 면이 바르고 선이 곧고 이음이 정교한 안과 밖을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가능한한 가벼운 재료를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의 집이 옆집과는 조금 다르기를 바란다. 많은 아파트촌에서 볼 수 있듯이 수천개가 군대 막사처럼 판에 박은 듯 늘어선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힌다. 집은 한 가정의 삶을 담고 있는 장소다. 각각의 가정은 나름대로 삶이 있고 꿈이 있다. 다른 삶과 꿈이 어떻게 같은 집들로 나타날 수 있겠는가. ◇ 유 걸(유걸 건축 연구소장) ▼약력 △서울대 건축과졸 △김수근건축연구소 근무 △정동교회 현상설계 당선 △고속철도 천안역사 현상설계 당선. 02―720―4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