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도 없는 부실 학원에서 불이 나 학생 4명이 죽고 36명이 다쳤는데 어느 기관에도 책임이 없다니 말이 됩니까』 지난 1일 부산 동래구 명장동 제마직업전문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다 화재로 숨진 동상실업고 학생 4명의 가족들은 관계기관들이 서로 책임이 없다며 외면하는 바람에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빈소가 차려진 학교 교무실에는 조문객은커녕 그 흔한 조화조차 하나 없어 썰렁함을 더한다. 숨진 李世賢(이세현·16)군의 아버지 李淳圭(이순규·48)씨는 『노동청 부산시 교육청 관할구청 등 관계기관 모두가 화환이라도 보내면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사건이 일어 난지 보름이상 지났지만 기술학원을 관할하는 부산지방노동청은 보상의 근거가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또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시도 학원 이사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해야한다고 지적, 유족들의 주장을 외면하고 있어 보상금은 물론 병원비조차 계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화기와 비상구도 없는 건물에 학원 허가를 내준 감독 관청들이 전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니 도대체 말이 됩니까』 숨진 裵知龍(배지룡·16)군의 아버지 裵根浩(배근호·48)씨는 『학생들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해도 누구하나 돌봐줄 사람 없는 우리나라 실업교육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숨진 학생의 부모들이 그동안 관계 기관을 찾아가 해결책 마련을 호소한 일만 해도 수십차례. 그러나 문전박대만이 이들을 기다렸고 이제는 기관을 찾아갈 힘조차 없다는 것이 유가족들의 이야기다. 빈소에 넋을 잃고 모여 앉아 한숨만 쉬고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한국 실업교육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었다. 〈부산〓석동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