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후 최대의 권력형 금융부정이라는 한보 특혜대출비리사건의 관련 피고인 전원에게 중형(重刑)이 구형됐다.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과 한보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 및 전직 은행장 등 11명의 피고인들에게 징역 20∼5년이 각각 구형된 것이다. 검찰의 이러한 구형은 정경(政經)유착에 쐐기를 박기 위해 법의 엄정한 단죄를 요구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 연말 한보의 부도(不渡)로 불거진 이 사건은 부실대출 규모가 무려 5조7천여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것이어서 세상을 충격속에 몰아넣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도덕한 한 기업인과 얽혀 천문학적 액수의 부실대출을 가능케한 정(政) 관(官) 금융계 유착의 내막이다. 국민의 허탈감과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아무리 윤리가 땅에 떨어진 세상이라지만 정 관 금융계 핵심부에서 저질러진 이 엄청난 부정과 비리가 그대로 넘어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보의혹의 「몸통」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부실대출의 미끼가 된 당진제철소의 처리문제도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이 국민생활 전반에 미친 충격과 부정적인 영향은 엄청나다. 특히 대외 신인도의 추락 등으로 국가경제에 입힌 손실은 액수로 계산하기조차 어렵다.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도 드러났듯이 이 사건의 처리를 둘러싸고 계속되고 있는 국력의 낭비는 또 얼마인가.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이러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일대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검찰의 논고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로비만 잘 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은행돈을 많이 쓴 기업은 부도나지 않는다」는 등의 잘못된 생각을 하는 기업인들은 이제 이 땅에서 추방돼야 한다. 재판과정에서 정총회장과 洪仁吉(홍인길)의원 등 핵심 피고인들의 「폭탄발언」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공소사실을 대체로 시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17일 첫 공판이후 재판이 전에없이 빨리 진행돼 단기간에 마무리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제 법의 심판은 재판부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한보사태가 우리 사회에 미친 악영향과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 투철한 소명의식을 갖고 잘 살펴서 선고를 내려야 할 것이다. 특히 지도층 인사들이 「자리」와 「권한」을 악용해서 저지른 부정과 비리도 언젠가는 반드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사법부의 엄정한 판결이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지름길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