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조직과 분위기로는 미래가 암담할 뿐입니다』 A사무관이 명문대 상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 경제부처에 입문한 지도 어언 10여년. 권위적인 조직문화와 정치적 개인적 인연에 치우친 정실 인사로 공직사회에 대한 실망감은 분노를 넘어 이제 무기력증으로 남았다. 한보사태 이후 기라성같은 선배 공직자들이 죄인처럼 청문회장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TV로 지켜본 A사무관은 요즘 허탈하다. 『차라리 「내가 그렇게 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적절한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일관된 책임회피성 답변과 심지어 과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장관의 모습을 보면서 서글픔을 느꼈다. 90년대초 쌀시장을 개방하겠다고 했다가 정부가 농민 등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을 때 장차관 실장 국장은 무사하고 모든 책임을 사무관이 뒤집어 쓰고 자리를 물러난 일이 새삼스레 떠오르는 요즘이다. 『일단 윗사람이 결정한 의견에 대해 토를 다는 것은 불경죄로 취급됩니다. 반론제기는 곧 「건방지다」는 반응으로 연결되고 그렇게 한 번 찍히면 승진은 포기해야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신에 따른 업무추진이나 지시사항에 대한 문제제기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전문지식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간기업의 팀제 등을 도입, 상명하복식의 조직체계에 자극을 주어야 합니다. 사무관이 팀장이 되고 차관도 팀원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A사무관은 『대선을 앞두고 신문 경제면보다 정치면에 관심을 두는 일부 간부들을 보면 답답하다』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