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가 지난 19일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선출됐다. 김대중총재의 「대권4수(修)」를 어떻게 생각하나. 『네번이든 다섯번이든 한번 생각했던 목표를 따 내겠다는 집념에서 그러는 건데 이렇다 저렇다 탓하는 건 옳지 않다』 ―대통령후보로 몇번이고 나와도 괜찮다는 말인가. 『제한할 이유가 있겠는가. 선택은 국민이 한다. 누가 말리겠는가. 자꾸 나오는데…. 그리고 당에서 또 나가 달라고 선출을 했는데 어쩌겠는가』 ―김대중총재는 7, 8월쯤 자민련과의 후보단일화를 끝냈으면 좋겠다고 시기를 못박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될 수 있는대로 빠른 시일내에 (단일화가)되는 것이 소망스럽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내각제가 목적이고 국민회의는 (내각제를)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현격한 차이가 단일화를 상당히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김대중총재는 김종필총재가 후보를 양보하면 내각제를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나는 명백하게 얘기했다.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 5년을 채우려고 하지 않겠다, 15대 임기 전에 내각제로 바꾸고 16대 국회는 내각제로 출범시키면 (대통령자리에서)물러나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만약 김대중총재가 내각제를 받아들이면 후보를 양보할 생각이 있는가. 『15대 임기중에 그렇게 한다면…. 그런데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나는 내각제를 한다고 각서를 쓰고 서명까지 한 사람(김영삼대통령을 뜻함)에게 속은 일도 있다』 ―신뢰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말인가. 『그러니까 문제라는 얘기다. 그리고 또하나, 내가 (후보를)철회하고 김대중씨를 민다고 해서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김대중씨를 민다는 보장이 없다. 충청도 사람들은 내가 안하고 양보만 한다고 불만을 갖고 있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김대중씨를)그대로 지지한다는 보장이 없고 잘못하면 전부 다른 사람 지지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총재의 지지도는 겨우 10%를 넘기는 수준이다. 이런 지지율로 대통령후보로 나서면 당선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두고 봐야 안다. 지금의 여론조사로 대선 전체를 예측하는 것은 성급하다』 ―김총재에게는 5.16쿠데타의 주역이며 「유신본당」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있다. 또 3김씨의 한 사람으로 「구정치인」이라는 반감도 없지 않다. 이른바 「3김청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이 선택할 일이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것은 당치 않다. 누구든 자격이 있으면 나올 수 있다』 ―최근고朴正熙(박정희)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는데왜이런현상이 일어난다고 보나. 『상대적인 것이다. 박대통령 이후 나선 사람들이 한 게 뭐가 있는가. 국민들이 대조해서 생각해 볼 때 역시 박대통령이 이 나라에 큰 토양을 이룩해 주신 분이구나 느끼면서 재조명을 하는 것이다』 ―내각제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데 내각제를 하면 지역분열을 고착시키고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있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지역분할이 어떻게 생겼는가. 내 고장에서 대통령 내겠다는 욕심에서 생긴 것 아닌가. 내각제를 하면 지역주의는 없어진다』 ―내각제가 되면 오히려 보스정치와 금권정치를 부추긴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까지 절대권력자에게 유착해서 이런 불행을 만들어 낸 것을 보면서도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가. 5년 동안 어떤 잘못을 해도 책임지지 않는 제도가 대통령중심제다. 또 5년 동안은 여기에(대통령에게) 붙어야 장사도, 기업도 할 수 있다. 일본 자민당 얘기를 하는 모양인데 그건 38년이나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거다. 유럽에서는 전부 내각제를 하는데도 정경유착은 없다』 ―김총재는 언제부터 내각제를 신봉하게 됐나. 5.16쿠데타로 당시 내각제를 붕괴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내각제를 하려면 두가지 결정적 조건이 필요하다. 경제적 여유와 국민들의 상당한 민도(民度)가 바로 그것이다. 그때(2공화국 때)는 전혀 그런 고려도 없었고 무정부상태였다. 나는 5.16때 내각제를 부순 게 아니다. 무능한 정권을 부순 것이다. 이후 70, 80년대를 지냈고 3당통합을 하면서 (내각제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다』 ―김총재는 왜 대통령을 하려고 하는가. 『내각제를 하기 위해서 그런다. 그리고 사정논리 개혁논리를 가지고 지난 4년 동안 전부 절단내놓은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10년 이내에 3만달러 소득을 올리는 제2의 경제도약을 실현해야 한다. 또 파괴된 사회의 가치를 재건해야 한다. 또 통일의 기반도 닦아야 한다. 2년반만에 그런 기초를 잡아놓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꼭 5년 해야 맛인가. 2년반만 해도 해놓을 것 해놓으면 기여하는 것이다』 ―지금 김대통령이 곤경해 처해있다. 해법이 있나. 『나는 김대통령에게 얘기했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라. 국민이 궁금해하고 알고자 하는 것을 소상히 진솔하게 국민에게 얘기하라. 그리고 용서를 빌어라. 그러면 용서를 받을 것이다고 했다』 ―92년 대선자금은 액수까지 밝혀야 한다는 얘긴가. 『밝힐 수 있는 범위가 있다. 어떻게 조달해 어떻게 썼다는 것은 쓴 사람이 알 것이고 다른 사람은 잘 모른다. 포괄적으로 해서 국민의 양해을 얻든지, 범위를 넓혀서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든지 어쨌든 진솔하게 얘기할 수 있는 범위를 국민에게 제시해줘야 한다』 ―金賢哲(김현철)씨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법대로 응분의 사법처리를 하면 된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자꾸 그러는 모양인데 범법행위가 있으면 그대로 처리하면 된다』 ―고비용 정치구조개선을 위한 방안은…. 『우리는 완전공영제로 하자고 했다. 공영제를 하면 국민 부담도 덜고 정경유착이니 하는 후유증도 없을 텐데 왜 안하려 하는가』 ―돈드는 정치의 큰 원인 중 하나가 지구당운영이다.이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15대국회 중에 내각제로 고치고 지구당도 없애고 선거구도 중대선거구로 재조정해 유권자들이 당과 입후보자를 같이 보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전대통령 사면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사면 운운하는데 왜 그렇게 성질이 급한지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면 용서해주자는 소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黃長燁(황장엽)씨가 국내에 친북인사나 북한동조세력들이 많다고 말했다는데….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걱정을 하고 있다』 ―「황장엽리스트」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리스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다면 엄격하게 가려내서 청소할 것은 조용히 청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걸 가지고 야당을 부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김대통령이 집권 4년만에 왜 지금과 같은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보는가. 『단적으로 얘기하면 국가 최고관리자로서 능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또 주변에서 직접 보좌하는 사람에게도 죄가 있다. 대통령을 그리 몰고간 것도 다 경험없는 가신들이 아닌가』 〈대담=김차웅 부국장대우 정치부장·정리〓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