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서는 잘 알고 있지만 자료가 없기 때문에 밝힐 수 없어 송구스럽다』는 말로 김영삼대통령은 대선자금의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야당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바친 김대통령의 투사정신을 국민은 잊지 못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고생했던 한 야당 총재가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대선자금 문제로 비난과 질타를 맞는 동안 김대통령은 자신은 단 한푼도 대선자금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단 한푼도 잘못이 없다」는 말이 지금은 어째 「자료가 없어 밝히지 못한다」는 말로 바뀐단 말인가. 대통령의 차남이 구속될 때만 해도 국민은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론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대선자금에 관해 밝히지 못한다는 무책임한 말은 용납하기 어렵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대통령은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그때 또다시 대통령의 도덕적 법적문제가 대두하게 된다면 우리 국민은 얼마나 불행하게 될까. 일부 정치인들은 대선자금 문제를 대선 정국에 악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평범한 국민은 대선 자금문제를 짚고넘어가야만 진실되고 정직한 대통령을 얻게 되고 지금은 참담할지라도 내일은 자랑할 만한 대통령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은 스스로 과거의 무거운 짐을 털어버림으로써 깨끗한 정치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조현석(인천 부평구 산곡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