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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한 高卒 당당한 「프로」…애견미용사 바텐더 세공사등

입력 | 1997-05-27 08:33:00


애견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윤경아양(19)은 하루 7,8마리의 개를 만진다. 6개월동안 그녀가 개 발톱을 다듬고 흉한 곳의 털을 깎으면서 벌어들인 수익은 약 1천만원. 대졸초봉보다 많은 금액이다. 그러나 그녀는 대학에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고3시절 보충수업을 빼먹고 학원에서 애견미용기술을 배웠다. 아는 언니의 소개로 우연히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는 떳떳한 「프로」로 불러주었으면 한다.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요. 그렇지만 열심히 해서 애견미용소 하나 차리고 싶어요. 처음에는 대학을 못 간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서울 중구 순화동의 국제칵테일교육학원. 위스키향이 코를 톡 쏘는 실습장에는 30여명의 교육생들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칵테일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대부분이 고졸출신 20대 남자인 이곳 학생들은 과정만 수료하면 호텔 고급레스토랑 출장외식업체 등으로 거의 100% 취업이 된다. 이곳의 김호남원장은 『칵테일바텐더는 전문직이어서 고학력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대접받으며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대졸자들보다 훨씬 떳떳하게 이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다. 남들이 보편적으로 사는 길을 걷지 않는 이들. 흔치 않은 직업을 당당하게 선택하는 신세대들이자 프로들이다. 컴퓨터속기사인 최상미씨(28)는 아예 어엿한 사장이다. 법원 앞에 친구와 사무소를 차리고 한달 평균 3백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역시 고등학교만 나온 그녀지만 전문직을 얻었다는데 만족하고 있다. 아직 미혼이지만 결혼을 한 뒤에도 계속 이 일을 하고자 한다. 그녀는 『컴퓨터속기사가 사회에 진출한지 채 2년도 되지 않아 앞으로 수요는 무궁무진하다』며 『여자 후배들에게 권할 만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직업전문가들은 고등학교만 나왔어도 자기 노력만 있으면 충분히 전문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평범하게 회사에 입사해 조직원으로 지낼 수도 있지만 생명이 길지 않다는 것. 정보화사회에서 가장 각광받는 전문직은 역시 컴퓨터분야. 컴퓨터그래픽 기술만 갖고 있으면 진출할 분야는 인쇄업 광고업 등 다양하다. 그 다음으로 자격증을 따는 방법도 좋다. 손재주가 있고 어릴 때 시계를 분해해 본 사람이라면 정밀기계전문가 엘리베이터정비사 항공기정비사를 택해 본다. 디자인 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가구디자이너 신발디자이너 액세서리디자이너 등이 괜찮다. 이밖에 피부미용사 사진제판기능인 금은세공사 피아노조율사 정보처리사 내레이터모델 등 무궁무진하다. 연세대 취업담당관인 김농주씨는 『10대들이 사회에 나와 「할 게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최근 조사결과 대학을 가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은 3백여 가지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모두가 전문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현재 고졸출신들이 전문직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원이나 전문학교에서 피나는 훈련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물론 중간에 낙오하는 학생이 많지만 끝까지 다다른 학생들에겐 달콤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박현진기자〉 ▼ 고졸 10대 구직 실패않으려면 ▼ 인천의 한 고등학교 2년생인 김모군(17). 그는 요즘 부모님 얼굴 보기가 부끄럽다. 얼마전 부모님에게서 돈 1백만원을 얻어 소위 「방송문화원」이라는 곳에 다녔지만 돈만 날렸다는 생각에서다. 「강좌만 수료하면 탤런트 MC 리포터는 당신의 것입니다」. 신문에서 모 방송문화원이 낸 이 광고문구를 본 김군은 당장 부모를 졸라 서울에 있는 문화원에 다녔다. 면접을 본지 얼마 뒤 학원은 합격증과 함께 수강료가 1백만원이라는 통지서를 보내왔다. 물론 입학했다. 『학교 끝나고 1주일에 세번씩 석달간 문화원에 가서 탤런트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지날수록 이상했어요. 조명이나 특별한 방송장비는 눈에 띄지도 않고 16㎜비디오카메라 뿐이었어요』 결국 김군에게 남은 것은 수료증 1장 뿐이었고 다시 대학입학 준비를 시작해야만 했다. 최근 방송 연예계에 대한 10대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문화원 방송원 모델센터 등의 이름을 내건 각종 학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 곳을 거쳐나온 젊은이들은 한결같이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며 방송국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면 잘 알아보고 들어갈 것을 권하고 있다. 이처럼 10대들이 직업을 구하고자 할때 함정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가급적 자세히 직업에 대한 정보를 갖고 신중히 검토한 후에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직업의 세계를 자세히 알고 싶으면 관련서적을 구해 숙독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대학을 안가도 취업하는 7가지 방법」(도서출판 계백) 「유망직업 120」(길벗) 「프리랜서의 세계로 오라」(더난출판사) 등이 권할 만하다. 다음으로 컴퓨터세대인 만큼 PC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한국청소년개발원 직업훈련원 등은 하이텔 천리안 등의 서비스를 통해 전문직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02―3271―9112) 서울시립청소년직업학교(02―694―0262) 한국패션협회(02―528―4741) 섬유디자인협회(02―337―1449) 대한미용사협회(02―586―7343) 국제칵테일학원(02―752―7244) 등에 문의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