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생활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다」. 한 성의학자가 말한 행복지표다. 나이가 들어도 즐겁게 섹스를 나눌 수 있는 신체와 경제력 그리고 배우자가 함께한다면 남이 부러워할 수 있는 행복한 인생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은 마땅히 여성에게도 해당된다. 그러나 남성의 성에 비해 여성, 특히 폐경후 여성의 성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고 오히려 오해가 많은 편이다. 지난 25일 서울 롯데월드호텔에서 열린 대한폐경학회는 이러한 여성의 폐경후 성문제를 다루고 있어 관심을 끌었다. 초청강연에서 성의학자인 앨런 워브렉박사는 나이든 여성이 섹스를 멀리한다고 해서 그 이유가 단순히 나이 때문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파트너가 없거나 △파트너가 있어도 발기불능이거나 혹은 질병이 있고 △자신도 병이 있어 아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나이가 들어 어떤 이유로 흥미가 줄었을 뿐 성욕은 그대로라는 것. 이 학회 김원회회장(부산대의대교수·산부인과)이 지난 92년 부산지역 60세 이상 여성 6백명을 상대로 「남편 사별 후의 재혼」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도 우리나라 여성의 성과 관련한 최근의 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70% 이상이 「재혼 가능」(9.5%) 「재혼은 못해도 애인은 갖고 싶다」(42.9%) 「원하지만 주위의 체면 때문에 못한다」(19.1%)고 답변했다. 김교수는 『폐경을 전후하여 여성이 성과 관련해 변하는 것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증상이 있다면 분비물이 줄어 성교시에 통증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원인이 돼 흥미가 줄어드는 정도라는 것. 그것도 약 반수의 여성만 해당된다. 폐경후의 성장애를 호소하는 여성은 오히려 남편이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폐경후 여러 해가 지나면 질벽이 임신가능 여성의 5분의 1정도로 얇아진다. 이 때문에 성교시 통증이나 출혈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면 성기관이 젊은 여성처럼 튼튼해진다는 것. 김교수는 『에스트로겐 투여가 유방암 발생률을 약간 높이지만 심혈관질환과 골다공증 예방, 성기위축 해소같은 도움을 주는 것에 비교하면 얻는 것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김교수는 폐경후 성생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망측하다거나 창피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성교 자체가 곧 섹스가 아니므로 오럴섹스 등 성적 친밀감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장소와 시간 등 분위기를 새롭게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