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대선자금관련 대국민담화에 대해 특별한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이 이날 발표한 『「과거에는 돈을 많이 쓰는 풍토였지 않는가. 잘못도 있다. 미안하다」는 포괄적 언급을 하는 수준에서 넘어가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논평에 야권의 시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자민련의 沈良燮(심양섭)부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담화 자체만으로는 대선자금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담화에 포함될 내용에 해결여부가 달려 있다』고 밝혔다. 야권의 이같은 부정적 전망은 김대통령이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담화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막다른 골목」에서 탈출구를 찾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미봉(彌縫)」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더욱이 담화발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여권내의 난조(亂調)도 대통령담화에 대해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설령 김대통령이 「진실」을 밝히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해도 李會昌(이회창)신한국당 대표와의 관계 등 여권내의 역학구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대선자금공개를 촉구하며 공세를 벌여왔던 야권의 기조와 기세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야권은 27일에도 총재회담과 합동의총, 수차례의 성명과 논평을 통해 「마지막 기회」임을 강조하며 진솔한 대선자금공개와 대국민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담화내용을 지켜보자」라는 것이 양당이 정리한 공식입장이지만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면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으름장」에 더 큰 비중이 실려 있다. 특히 자민련은 대선자금의 모금과정, 사용내용, 잉여금과 운용상황까지 종합적으로 밝히라고 요구사항의 수위를 한단계 높였다. 「하야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양당합동의총에서 『청와대와 신한국당이 작금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국민의 김대통령 퇴진요구는 아무도 제어할 수 없는 사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공식결의한 것은 향후 야권대응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양당에서 하야문제를 거론하는 빈도도 부쩍 늘었다. 물론 야권이 김대통령의 하야를 적극적으로, 또 당장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담화내용이 기대에 못미칠 경우 국민여론이 악화해 불가피하게 하야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지경까지 이르면 야권으로서는 「국민정서」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아직 야권내에서 대세로 자리잡지는 않았지만 김대통령이 하야한다 하더라도 그리 큰 동요나 손해는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혼돈상황이 극에 달한데다 정국이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30일의 담화가 요식행위에 그칠 경우 급격하게 「하야론」이 부상하는 등 김대통령은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