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업 부동산투자,자금 묶이는 「애물단지」 전락

입력 | 1997-05-27 20:02:00


「부동산 살 때가 아니다. 차라리 재무구조개선으로 금융비용 부담을 덜자」. 올들어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씩 쓰러지면서 기업들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주요 재테크 수단이었던 부동산이 이제는 대규모 자금이 묶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 것.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부동산 투자보다는 차입금 규모를 줄여 나가거나 인력이나 기술연구개발(R&D)분야에 자금을 집중투자한다는 계획이다. 金宇中(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최근 회장단회의에서 부동산투자를 자제하라는 지시를 했다. 그룹측은 「신규개발사업을 위한 부동산 매입은 일절 중지하고 불가피한 경우라도 최소한의 부동산만을 매입하라」는 공문을 각 계열사에 보냈다. 삼성그룹도 사업용으로 필요한 부동산도 직접 매입보다는 임대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金奭(김석)삼성그룹 자금담당이사는 『부동산 가치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여유자금은 금융권의 부채를 줄이는데 사용하고 있다』며 『특히 갑작스런 자금사정 악화에 대비해 제2금융권의 차입금을 우선적으로 갚아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도 신규공단이나 매립지 등 제조업에 필요한 대규모 공장용지 이외에는 부동산 투자를 가급적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욕심」이 누구보다 컸던 재벌기업들이 이처럼 투자자제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과거와 같은 부동산 수요는 앞으로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일조하고 있다. 인원감축 사무자동화에다 재택근무 증가 전망에 따라 사무실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李完卿(이완경)LG그룹이사는 『앞으로 대형설비투자가 필요한 중화학 위주의 장치산업보다는 부동산수요가 적은 정보통신 유통 서비스 등 3차산업이 확대될 것』이라며 『따라서 기업의 투자도 부동산보다는 인력 기술 등 무형자산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이같은 인식변화에 대해 宋雲鏞(송운용)제일은행 여신총괄부장은 『기업들이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동산투자보다는 재무구조개선에 주력하고 있어 바람직한 변화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