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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내시경까지 범죄에 이용되는 세상

입력 | 1997-05-27 20:02:00


▼금세기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시 경찰서장을 지낸 오거스트 볼머는 미국 경찰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가 경찰서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버클리시의 범죄발생률은 미국 전역에서 가장 낮았다. 그는 1916년 캘리포니아대에서 최초로 범죄학 강좌를 시작했고 그의 노력으로 거짓말탐지기 범죄과학실험실 무전순찰차 경찰학교 등이 도입됐다. 방범(防犯) 현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방범이 아무리 현대화돼도 범죄는 줄지 않는다. 줄기는커녕 기술의 발달과 함께 범죄도 지능화하고 사회변화에 따른 신종범죄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열 사람이 한 사람의 도둑을 막지 못한다는 우리 속담이 실감날 정도다.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도 아무리 자물쇠를 잠그고 빗장을 단단히 질러도 모든 도둑을 막아낼 수는 없다고 한탄했다. 범죄와의 전쟁에는 동서고금이 없는 셈이다 ▼어제 신문 사회면에는 세가지 서로 다른 범죄기사가 실렸다. 식품회사에 독극물 협박을 한 40대 용의자가 공개수배됐고 호텔에 투숙한 신혼부부가 종업원을 사칭한 괴한에게 현금 등을 뺏기고 17시간이나 감금됐다 풀려났다. 둘다 낯익은 범죄다. 다른 하나가 별나다. 병원 환자진료용 내시경 원리를 본떠 소형 CCTV 렌즈와 액정TV를 이용한 신종장비를 아파트 우유투입구에 집어 넣어 집안을 살핀 뒤 문을 따고 들어가 집을 털었다 ▼해킹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범죄, 기계의 자동화장치를 이용한 범죄 등은 이제 구문(舊聞)이 됐지만 내시경이 범죄에 이용되리라고 상상한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방범기술과 장비조차 범죄세계의 진화(進化)를 뒤쫓기 바쁘게 된 것이다. 무슨 수를 쓰든 남의 것을 훔치려는 사람에게 이길 방도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눈뜬 사람 코는 못 벤다. 방범은 주의가 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