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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입장번복/향후정국]통치력 상실…파문수습 미궁

입력 | 1997-05-27 20:02:00


92년 대선자금 파문은 과연 가라앉을 수 있을까.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27일 대선자금에 대해 오는 30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히자 정치권의 관심은 대선자금 파문의 진화여부에 쏠리는 분위기다. 내용이야 어떻든 김대통령이 야권의 요구를 일단 수용하는 자세를 취함에 따라 경색정국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그동안 대여(對與) 강공자세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김대통령에게 「비상탈출구」를 열어놓는 정치적 제스처를 취해왔다. 야권은 김대통령에게 대선자금에 대한 「고백과 사죄」를 요구했을 뿐 그에 따른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야권도 내심 파국적인 상황은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청와대측은 대선자금을 공개할 경우 92년 대선이 「위법」이었음을 시인하는 셈이 돼 김대통령의 거취가 본격적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지 않을까 우려해왔다. 이를 감안하면 야권이 청와대측의 불안감을 일정부분 달래준 셈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담화발표로 여야관계도 해빙의 실마리를 찾게 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김대통령이 적절한 수준의 고백과 사죄를 하고 야권도 그것을 「명분」으로 일단 대선자금문제를 매듭지으려 할 경우다. 야권은 그 과정에서 정치권 사정(司正)의 공정성 보장과 고비용정치구조개선 협상에서의 양보를 받아내는 등 실리를 취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대선자금 문제는 이미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이번 파동에서 더욱 한계가 드러난 김대통령의 국정장악능력과 청와대 참모진과 안기부 등 여권 외곽세력간의 난조(亂調), 난국수습책에 대한 여권내 의사결정구조의 부재(不在) 등 원천적인 문제로 인해 정치권이 의도하는 대로 파문이 가라앉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오히려 지배적이다. 『현재 여권은 여론의 향배를 추스를만한 능력이 소멸돼가는 상태다. 김대통령의 「고백과 사죄」는 대선자금 파문의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는 한 여권내 고위 관계자의 얘기는 음미할만한 대목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