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順愛(조순애·62·여)〓컴퓨터로 발행하는 교회소식지 편집인. 許容浩(허용호·40)〓조씨의 아들, 소프트웨어업체인 한국오라클 이사. 李英順(이영순·40)〓허씨의 부인, 한국통신 연구개발본부 컴퓨터시스템부장. 旼在(민재·13·숙명여중 2년)와 喜在(희재·8·여·대도초등 2년)〓허씨의 두딸, 인터넷을 들락거리는 소문난 컴키드.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문화센터가 6월 정보문화의 달을 맞아 27일 전국에서 뽑은 모범 정보가족의 별난 이력서다. 62세라는 적지않은 나이의 할머니가 컴퓨터를 만지지 않으면 「생활리듬이 깨질만큼」 컴퓨터가 일상의 중심에 있는 「환상적인」 컴 패밀리. 이들 가족이 저녁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 한토막. 민재:『요즘 애니메이션 사이트 정말 대단해요. 어제는 화면보호기 하나를 다운 받았어요』 희재:『선생님이 매일 놀라요. 컴퓨터로 해간 숙제가 정말 제가 한 거냐고 늘 고개를 갸우뚱하시거든요』 할머니:『원로방에는 여자는 없고 순 할아버지들 판이라 멋도 없고 별 재미가 없어』 허씨:『요즘 머드(MUD)게임 새로 나온게 대단한 인기라는데 「단군의 땅」은 어떻게 됐지. 온라인 게임에 너무 빠지면 생활에 곤란이 생기니 지나친 것은 좋지 않아』 허씨 부부는 『정보화 시대에 온가족이 컴퓨터로 대화를 나누고 친숙하다는 게 정말 다행스럽다』고 말한다. 그들의 정보이력을 한번 알아보자. 조할머니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아들 며느리 손녀들과 함께 사는 평범한 「할머니」였다. 그러던 어느날 손녀들 손에 이끌려 「조이 스틱」(컴퓨터게임조종기)을 잡으면서 할머니는 대변신을 시작한다. 손녀들의 권유로 함께 해본 「알라딘」게임이 황혼기 조씨의 삶에 새 빛을 던진 것이다. 『그날부터는 아이들이 어서 집을 나가기를 기다렸지요』 집에 한 대 있는 펜티엄급 컴퓨터를 마음대로 두들겨 보고 싶어 매일 아침 마음이 급했다. 손녀 아이들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 컴퓨터는 할머니의 차지. 교회 권사인 조할머니는 이제 교회의 소식지를 직접 컴퓨터로 편집하는 엄연한 「발행인」이다. 컴퓨터 통신에 올라 있는 부동산 증권정보까지 훑어 보며 재미 삼아 푼돈으로 주식투자도 해본다. 『도깨비 방망이를 얻은 기분이에요. 이제 하루라도 컴퓨터를 만지지 않으면 글쎄 허리가 쑤신다니까요』 조할머니의 아들 내외는 모두가 홍익대 전산과출신의 캠퍼스 커플. 두사람 다 졸업과 함께 컴퓨터 분야를 직장으로 선택, 정보가 주업인 전문 직장인. 몇년전 한국통신이 개발해 히트를 친 콜백 서비스는 바로 이씨의 작품. 직업상 컴퓨터와 단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생활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두 딸 민재와 희재도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들락거리는 소문난 컴키드. 조할머니의 두 손녀딸이 컴퓨터를 처음 배운 것은 2년 전 여름방학. 컴퓨터 회사에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3일짜리 무료교육이 전부였다. 그 다음부터 민재와 희재는 감각적으로 컴퓨터를 익히기 시작, 지금은 각종 게임은 물론 워드프로세서 컴퓨터통신 인터넷까지 못하는 게 없다. 『저절로 컴퓨터를 배우는 아이들이 대견했다』는 이씨. 『예전엔 늘 대화에서 소외돼 안쓰러웠던 어머니가 지금은 고맙고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고 말한다. 조할머니의 한마디. 『대한민국 정보 가족, 이게 우리나라 잘 사는 길 아니겠어요』 〈나성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