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원의 「사교육비 지출규모와 이용실태 조사」 결과발표와 수능시험 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해 김신복 서울대교수가 지난 21일자 「특별기고」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실무책임자로서 일반의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사교육비의 범위와 관련해 김교수는 한국교총의 조사결과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소비자보호원의 조사결과를 단순논리라고 폄훼했다. 하지만 실제 조사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두 기관의 사교육비 조사범위는 거의 일치한다. 둘째, 가계의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수능시험의 교과서밖 출제비중과 난이도를 낮추고 과목수도 줄이자는 의견에 대해 김교수는 피상적인 처방이라고 평했다. 교과서 밖의 통합출제로 「족집게 과외」가 사라졌다고 이유를 들지만 수능제도 도입 이후 과외비가 오히려 2배이상 증가한 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더구나 시험의 예측력이 떨어지면서 출제될 만한 내용은 모두 가르치는 「저인망 과외」마저 나타난 실정이다. 통합교과 비중이 높은 수리탐구Ⅱ(사회 과학) 영역의 과외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다른 3개 영역(영어 수학 국어)은 과목당 배점비율이 높아 집중적인 과외로 고득점이 가능하므로 설득력이 없다. 엄격한 점수 차별화가 수학능력을 변별하는 유일한 지표인지 여부는 접어두자. 하지만 30점도 안되는 평균점수는 소수 일류대를 위한 선발방식이지 80만명의 수학능력을 변별하기 위한 장치는 못된다. 지금의 수능시험은 사실상 국가주도의 전과목 본고사나 마찬가지다. 20여과목의 수능점수를 위해 머리 싸매고 모든 시간을 쏟아붓는 학생들의 고통을 생각해본 적은 있는지. 교과목 이기주의가 반영된 현행 수능시험은 사실상 학생들에게 끔찍한 학습부담을 강요하고 있다. 셋째로 김교수는 공교육의 공동화를 초래한 이유로 투자부족을 지적했다. 물론 재정투자 확대는 필요하지만 공교육에 대한 규제가 과도한데다 학교의 경쟁체제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돈만 쏟아붓는다고 사교육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능제도의 문제는 교육환경에 비해 목표치가 너무 높게 설정됐다는데 있다. 이 격차가 조속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공교육의 공동화 현상은 심화될 뿐이며 학부모와 학생들은 더욱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 수능시험의 목표치를 일단 낮추고 그 격차가 해소되는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수준을 높여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송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