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중에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통한 대선자금 입장표명」 소식을 접한 李會昌(이회창)신한국당대표는 몹시 흥분한 표정이었다. 이대표는 27일 저녁 북경 조어대(釣魚臺)에서 기자들과 만나 92년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한 서울소식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채 「작심한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지난 23일 주례보고때 김대통령의 발언을 이대표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말을 듣고 즉각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표는 『혹시나 착오가 있을까 해서 메모까지 해가면서 말씀을 전했다. 그날 상황은 내가 말씀드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대선자금에 대한 김대통령의 입장표명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 사후에 당에서 보고 받았다』며 『중국에 와서 느꼈지만 현재의 지도자와 차세대 지도자들이 국정운영의 틀을 서로 협의하는데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23일 주례보고 직후 대선자금과 관련한 대통령의 추가 발언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당시로서는 그런 계획이 없었던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나, 당시 정황이 그랬다는 말인가. 『당시 정황이 그랬다』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나. 『변화가 없다. 대선자금에 의혹이 있다면 푸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자료도 없고 당시 관계자들도 모른다고 한다. 물론 새로운 사실이 나와 검찰이 수사를 한다면 별개의 문제다』 ―왜 자료가 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으면서 「대선자금 고백론」을 주장했나. 『거듭 말하지만 내 주장은 대선자금 문제를 덮자는 게 아니라 이제 민생안정과 경제회생에 눈을 돌리자는 얘기다』 ―23일 주례보고 결과를 발표할 때 지금과 같은 반발을 예상했었나. 『예상했지만 필요할 때는 용기있게 주장하는 것이 참된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일부 「이대표가 사의표명을 하면 대통령이 수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정치란 것은 복잡하다. 두고 보자』 ―오늘 李漢東(이한동) 朴燦鍾(박찬종)고문은 「29일 청와대 모임에서 김대통령에게 이대표에 대한 경질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는데…. 『아무나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다』 ―그렇다면 대표직 사퇴에 대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나. 『총재가 결정할 문제고 내가 알아서 할 문제다』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정국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담화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뭐라 예측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이든 정국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23일 이대표가 말한대로 해야 정국이 안정될 수 있다는 얘긴가. 『아무런 증거나 사실을 제시하지 못하는데 대선자금 문제에 매달리면 어떻게 정국을 풀어갈 수 있겠는가』 〈북경〓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