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8일 밤10시부터 시내 13개구 1백9만여 가구에 대해 수돗물 공급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이날 오전 돌연 연기해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어야했다. 하룻동안 수돗물이 안나온다는 예고에 따라 단수에 대비, 법석을 떨어야 했던 가정과 공장은 물론 학교 요식업소 목욕탕 헬스클럽 등에서는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분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서울시의 단수계획 번복을 뒤늦게 전해들은 시민들은 『최소한 24시간 이전에 알려줘야 하는데 미리 받아둔 수돗물을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서울시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엄청난 양의 물을 낭비하고 말았다』고 질타했다. 서울시는 27일과 28일 아침까지만 해도 『지역에 따라 최단 22시간에서 최장 36시간 단수한다』며 신문과 방송을 통해 시민들에게 미리 수돗물을 받아놓을 것을 당부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28일 오전9시반경 『오늘밤부터 서울에 30㎜가량의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따라 단수조치를 오는 6월3일 밤10시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단수 대상지역과 단수 시간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비가 많이 내리면 암사정수장의 대형 상수관 교체공사 때 용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날씨가 맑을 것으로 예상되는 6월3일로 연기했다는 게 서울시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기상청이 지난 24일의 주간일기예보 이후 몇차례나 28일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고 알렸으므로 서울시는 이에 대비해 공사를 연기하든지 공사현장에 방수시설을 설치해 강우량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는 지적들이다. 서울 강남 성동 광진 동작구 등 13개 구청 관내 주민들과 요식업소 업주들은 28일 아침부터 수돗물 받아두기를 서두르다 뒤늦은 단수 연기방침에 허탈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또 단수예정 지역 내에서 학교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초 중등학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들 학교는 단수 조치로 학교급식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 29일에는 도시락을 싸오라고 지시하거나 아예 단축수업을 한다고 통보해 놓은 상태였다. 서울 대도초등학교 殷玉星(은옥성·63)교장은 『도시락 준비를 취소하고 29일에 쓸 급식재료를 다시 장만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단수예고 지역내 목욕탕과 헬스클럽 등은 물탱크에 수돗물을 받아놓느라 법석을 떨거나 회원들에게 「29일은 휴업」이라고 알렸다가 취소하는 소동을 벌였다. 〈조병래·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