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이근 차석대사는 2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모든 것을 4자회담의 틀 안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말은 북한이 주장한 「3+1」방식을 접어두고 다시 4자회담의 궤도로 방향전환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4자회담 공동설명회 후속회의에서 『4자회담 개최에 앞서 식량지원이 우선 보장되어야 하며 특히 남북한과 미국이 먼저 3자회담을 갖고 이어 중국도 참여하는 4자회담, 즉 「3+1」방식으로 가자』는 입장을 고집했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의 입장 변화를 세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우선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더 이상 회담형태에 집착할 수 없었을 것이란 시각이다. 주미(駐美)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북경(北京)적십자회담에서도 드러났지만 북한으로서 식량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중국의 역할이다.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한 柳宗夏(유종하)외무장관도 밝혔지만 중국은 최근 4자회담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다. 『4자회담은 성공할 수 있으며 4자회담이 열릴 경우 중국은 응당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 따라서 중국의 이같은 입장이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태도변화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지적이다. 끝으로 北―美(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열망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될 경우 식량난을 비롯, 자신들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현실은 북한의 기대와 전혀 다르다. 미국은 남북한간에 관계개선없이는 북―미관계 개선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분석가들은 북한이 이런 사실들을 뒤늦게 깨달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북한이 4자회담에 참석할 때 「정전협정 당사자끼리의 대화」「북―미관계 우선 정상화」와 같은 종래의 선전 선동차원은 사라지고 실질적인 평화구축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韓美(한미) 양국은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이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