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의 부실관행과 안전불감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최근 연쇄적으로 일어난 돈암동 아파트 축대 및 종로 국일관 붕괴사고가 모두 사망자를 낸 심각한 재해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책임감리 대상 규모를 입찰자격사전심사제(PQ) 50억원 이상인 공사에 한해서 적용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만약 정부 의지대로 책임감리 대상의 범위를 PQ 50억원 이상의 공사로 축소한다면 나머지 공사에 대해서는 앞으로 누가 어떻게 감리 감독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책임감리제의 최종 수혜자는 일반 국민이다. 국민의 안위를 보장하겠다고 정부가 만든 제도이며 그동안 잘 시행돼 왔다. 민간에 이양했던 업무를 믿을 만한 대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과 3년만에 되돌리겠다고 하니 이해하기 힘들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건설현장의 관리를 과거와 같이 기술직공무원 1명이 10여개 현장을 감독하던 체제로 환원한다면 이는 시대의 흐름에도 크게 역행하는 셈이 된다. 환원되는 업무를 직접 담당해야 할 지방국토관리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현실적으로 이를 감당할 만한 인력과 기술력을 보유했는지, 또 그 동안의 업무공백을 메울 여력이 있는지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책임감리를 축소했을 경우 생겨날 문제들을 몇가지 지적해보기로 하자. 첫째는 부실공사를 방치 조장하는 결과를 불러오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다. 부실공사 추방과 책임시공이라는 현장의 의지가 책임감리를 도입하던 3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가 마련한 부실공사 방지대책 중 핵심과제를 대폭 축소한다면 제도의 도입취지에도 반한다. 둘째는 관련 공무원의 감독문제다. 책임감리제의 도입배경이 됐던 각종 부조리와 부실이 다시 만연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더구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는 물론 민간주도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셋째는 정부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3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의 시책을 믿고 따른 업계의 경제적 손실은 누가 보상하는가. 나아가 앞으로 누가 정부의 시책을 믿고 따르겠는지도 걱정스럽다. 정부는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부실건설에 따른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주어야 한다. 책임감리 대상의 축소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를 기형아로 만들어버릴 우려가 높다. 신중한 판단이 거듭 요구된다. 이학영(극동건설 감리팀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