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잘 왔어요. 이젠 마음 놓으세요』 29일 오후 5시반경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 지난 94년3월 탈북에 성공한 뒤 중국을 떠돌다 지난해 1월 홍콩을 통해 귀순한 洪眞熙(홍진희·28)씨는 이날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 朱英姬(주영희·49)씨와 동생 鏡花(경화·25) 眞明(진명·21)씨 등을 3년2개월만에 만나 얼싸안고 떨어질 줄 몰랐다. 주씨는 살아서는 다시 만나지 못할 줄 알았던 큰아들 진희씨의 두 뺨을 부여잡고 말을 잇지 못했으며 진희씨의 두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이날오후 5시경 비행기에서 내린 이들은 탑승구를 빠져나오면서 두 손을 번쩍 들고 취재진을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소리쳤으며 잠시 사진 촬영에 응한 뒤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회견중에 주씨 등은 교통이 혼잡해 공항에 늦게 도착한 진희씨를 찾느라고 연방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30분이 지난 오후5시반경 마침내 진희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울음을 터뜨렸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비가 오는지. 공항으로 오는 길이 탈북 뒤 가족과의 상봉을 기다려온 지난 3년여보다 훨씬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어요』 지난 20일 마지막 통화를 했다는 이들 가족은 『곧 만나게 되니 조금만 더 참자』고 서로 용기를 북돋우며 재회의 날을 마음졸이며 기다려왔다. 진희씨의 어머니와 두 동생은 지난 2월16일 북한을 탈출해 중국동포 안내인의 도움으로 3월20일 홍콩에 도착한 뒤 홍콩상수난민수용소에 수용됐다가 70일만인 이날 마침내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94년 탈북한 진희씨는 『그동안 죽도록 고생만 한 어머니와 두 동생을 데리고 열심히 사는 것으로 국민에게 보답하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했다. 〈홍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