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白建宇(백건우), 영화배우 尹靜姬(윤정희)씨 부부는 지난 27일 저녁 이후 사람들만 만나면 「예향(藝鄕) 전주」를 칭찬한다. 백씨의 경우 지난해까지 전주에서 세차례 공연한 적이 있지만 특별한 감흥은 없었으며 윤씨 역시 전주와 특별한 인연은 없다고 한다. 이런 그들이 이날 전주에 반한 이유는 무엇일까. 백씨는 27일 오후7시 전북학생회관에서 열린 LG정유창립기념 푸른문화예술축제 콘서트에서 연주했다. 순회공연차 이날 낮 전주에 도착한 백씨는 한 호텔 로비에서 우연히 柳鍾根(유종근)전북지사와 蔡秀一(채수일)정무부지사를 만나 덕담을 나누다 『공연에 갈 것』이라는 유지사 일행의 말에 『오시는 건 고맙지만 좋은 연주는 기대하지 말라』고 솔직히 말했다. 학생회관의 피아노가 연주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인웨이가 아니어서 종전의 전주공연에서도 흡족한 연주를 하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헤어졌다. 그 직후 유지사와 채부지사는 「긴급 작전」을 전개했다. 전북대내 삼성문화회관에 전북에서는 유일하게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있다는 것을 안 이들은 때마침 대구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있던 張明洙(장명수)전북대총장을 휴대전화로 연결해 피아노 사용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피아노 긴급 수송과 긴급 조립작전이 이어진 것은 물론이다. 이날 오후 6시반 연습을 위해 공연장을 찾은 백씨는 깜짝 놀랐다. 스타인웨이가 의젓하게 놓여 있지 않은가. 전말을 들은 백씨는 이날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을 어느 때보다 공들여 연주했고 유지사 일행은 어느 청중보다 큰 박수를 보냈다. 공연 뒤 전주비빔밥을 먹고 상경한 백씨부부는 『역시 예술가를 대접할 줄 아는 예향 전주』라며 전주예찬에 열심이다. 〈전주〓김광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