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의 공통조상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인류 시조의 화석이 발견됐다고 스페인 인류학자들이 29일 발표했다. `호모 안테세소르'로 명명된 이 인류 시조는 이마가 튀어나오고 무거운 턱을 가졌지만 현 인류와 제법 흡사해 보이며 키도 크고 호리호리한 편이다. 80만년전 현재의 스페인 지방에서 살았던 호모 안테세소르는 떡갈나무와 너도밤나무숲에서 코뿔소와 코끼리 등을 사냥했으며 때로는 동료를 잡아먹기도 했다고 학자들은 말했다. 대학교수 등 6명으로 구성된 스페인 인류학자들의 이번 발견으로 인류계보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게 됐다. 학자들은 지난 95∼96년 스페인 북부 아타푸에르카 언덕에서 최소 6명의 것으로 보이는 원시인 화석 50조각을 발굴해 조사한 결과, 인류 진화의 수수께끼 중 풀리지 않았던 부분임을 알게 됐다고 마드리드에 있는 콤플루텐세 대학의 호세 루이스 아르수아가 교수는 밝혔다. 아르수아가 교수는 이 화석들을 유럽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모든 원시인 화석과 대조해 본 결과, 새로운 인류 시조라고 판단돼 `인류의 선조'라는 의미의 호모 안테세소르로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호모 안테세소르는 크고 처진 턱과 미발육치아 주름진 이마 등 네안데르탈인의 모든 특성을 지녔으며 광대뼈와 코 양쪽면의 함몰 등은 현대인의 특성과도 일치했다. 안토니오 로사스 박사는 이에 대해 "이같은 특성이 함께 나타나는 것은 다른 원시인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아주 독특한 유형"이라며 "논리적으로 볼 때도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공통 조상이라는 정의를 쉽게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페인 인류학자들의 이 발견은 단순하고 생경한 표본에 주로 의존했기 때문에 비판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워싱턴의 스미소니언재단 산하 인류기원 연구소장 릭 포츠는 지적했다. 포츠 소장은 "사람은 모든 집단마다 다르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많은 인류학자들은 그 변화의 범위가 어떤 것인지에 의문을 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츠 소장은 겉으로 볼 때 스페인 인류학자들의 이번 발견은 "고무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모 안테세소르는 1.8m 정도의 큰 키에 근육질로 사냥을 즐겼으나 가끔은 동료를 잡아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일부 화석들은 뼈와 고기를 가를 때 사용한 석기도구에 의해 난 것으로 보이는 상처자국도 발견됐다. 호모 안테세소르는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해 진화를 거듭, 후에 호모 사피엔스의 근원이 됐으며 1백만년전께는 유럽으로 건너갔을 것으로 스페인 과학자들은 추측했다. 한편 이에 관한 내용은 30일자 `아메리칸 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