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학년도부터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등 4개 도시에서 실시되는 고입(高入) 내신전형을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큰 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내신성적만으로 입학생을 뽑게 됨에 따라 우수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의 중학생들이 무더기로 전학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과외 과열과 치맛바람마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태는 지역간 학력차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평준화제도의 맹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내신전형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적절한 보완책이 시급하다. 고입 내신전형은 교육 정상화를 위해 올바른 방향임에 틀림 없다. 별도의 선발시험을 치르게 되면 그에 따른 과외수요가 발생하고 학교수업의 파행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여건에서는 똑같은 학력을 지닌 학생이 지역에 따라 합격 불합격이 엇갈리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서울 강남지역 중학교의 경우 지난해까지 인문계 고교 진학률이 90%에 달했으나 올해는 60%선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새로운 제도로 인해 탈락이 예상되는 상당수 학생들은 전학 등 다른 방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업계 고교를 포함시키면 현재 중학생의 고교진학률은 100%에 가깝다. 다만 학생들이 인문계를 선호하는 탓에 인문계 고교는 지원자가 넘치고 실업계는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이 문제다. 아울러 중학생 숫자가 줄고 있고 고교부설 야간학급도 지원자가 크게 부족하다. 따라서 현행 내신전형 보완책의 하나로 중학교와 야간고교의 학급을 줄이고 인문계 고교의 학급 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하지만 인문계 학급을 무작정 늘리면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인력 양성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인문계고교 선호 현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진학지도와 함께 인문계와 실업계 학급의 비율을 신축성있게 조정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