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라고 해서 학교를 세운 개인들의 소유물은 아닙니다. 국민의 사랑을 받아 성장해오는 동안 민족전체의 공유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립대는 민족과 사회 앞에 재정과 학사운영 일체를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난 27일 국내 사립대로는 처음으로 신문지상에 예결산 내용을 공표한 건국대 尹亨燮(윤형섭·64)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윤총장은 평소 「유리알 행정」을 강조해온 소신파답게 대학 재정의 「판도라 상자」를 과감하게 열었다. 사립대들은 지금까지 예산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여겨왔다. 법인전입금이 낮고 등록금의존도가 높은 취약한 재정구조가 그대로 드러날 경우 다른 대학과 비교가 되고 심한 경우 학내분규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사립대의 예결산 내용 공고를 의무화한 교육부의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은 마땅한 처벌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사실상 사문화돼 왔다. 최근들어 재정 형편이 나아진 일부 대학이 결산을 공고하긴 했으나 당해연도 예산까지 일간지를 통해 공개한 것은 건국대가 처음이다. 윤총장은 『교육부장관 재임 시절 대학 행정과 재정의 투명성을 누누이 강조한 바 있으며 이번 조치는 저의 이같은 소신을 실천한 것』이라면서 『대학의 재정 공개는 학생과 학부모 동문 등 대학구성원들의 신뢰와 협조를 확보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철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