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다른 나라 일을 훤하게 들여다 볼수 있는 시대에 해당 국가 국민들만 자신들의 일을 모르게 하는 법이 계속 존재해야 할까. 지금 프랑스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선거법의 한 조항을 놓고 언론이 법에 정면 도전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선거일 1주일전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할 수 없도록 금지한 조항. 이번 조기총선의 경우 1차투표가 치러진 지난 25일을 1주일 앞둔 18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개가 금지됐다. 이때문에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는 계속하면서도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다. 또 지난 95년 대선때처럼 프랑스 국민들보다 인접 스위스 국민들이 먼저 투표결과를 알게 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인터넷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스위스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프랑스 조사기관으로부터 결과를 사들여 인터넷에 띄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외국인이든 프랑스인이든 모두 알 수 있는 여론조사결과를 막상 프랑스 언론들은 보도하지 못하는 이상한 사태가 빚어졌다. 인터넷이 앞장서자 일간지 르 파리지엥도 1차선거 직전인 지난 24일 법을 어기고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식의 태도로 유권자들을 우롱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르 파리지엥은 최악의 경우 벌금 50만프랑(약8천만원)만 물면 그만이라는 판단도 한 것 같다. 2차투표를 사흘 앞둔 29일에는 대표적 여론조사기관인 소프레스(SOFRES)가 좌파 승리를 예상하는 조사결과를 공개, 언론의 법률무시가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선거열풍에 묻혀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누가 승리하든 2차투표가 끝나면 법 개정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파리〓김상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