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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어제·오늘/남태령]옛사람들 기어서 넘던 관문

입력 | 1997-05-31 08:46:00


「과천부터 긴다」는 옛말이 있다. 서울구경을 나선 시골사람이 사나운 서울인심이 겁나 가파른 남태령을 기어넘듯 과천에서부터 몸을 사렸다는데서 유래한 말이다. 과천을 오갈때 기는 것은 예나 요즘이나 마찬가지다. 경기 과천 안양 군포시 등이 집중 개발되면서 교통량이 많아져 남태령을 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 사당네거리와 경기 과천시 과천동을 잇는 남태령은 예로부터 한양과 삼남(충청 전라 경상도)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 길이가 3.3㎞에 이른다. 지난 63년 2.2㎞는 서울에 편입됐고 나머지 1.1㎞는 경기도 땅이다. 옛 사람들이 기어넘던 남태령의 원래 이름은 「여우고개」. 남태령으로 바뀐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조선 정조임금과 관련한 전설이 있다. 정조가 이 고개를 넘어 수원에 있는 부친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러 갈 때 신하에게 고개이름을 물었다. 이때 과천현 이방은 「남태령」이라고 선뜻 대답했다. 이방은 감히 임금에게 요망스런 짐승 이름을 댈 수가 없어 「서울 남쪽의 가장 큰 고개」라는 뜻으로 「남태령」이라 아뢰었고 그 뒤로 이 이름이 쓰였다는 것. 옛 남태령길은 우마차도 다니지 못할 정도로 울퉁불퉁하고 험해 산적이 자주 출몰했다. 현재 과천시 과천동사무소 뒤쪽으로 잡목이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남태령 정상에 이르는 옛 길이 남아있다. 〈과천〓이헌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