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7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위성 무궁화 1, 2호기가 지구 궤도를 돌면서 우주공간에 돈을 허비하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무궁화위성은 위성방송과 위성통신을 목적으로 제작, 발사된 방송통신위성이다. 그런데 통신용 중계기는 거의 「풀 가동」되는 반면 방송용 중계기는 정부의 위성방송 지연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무궁화위성을 소유하고 있는 한국통신은 현재 통신용 중계기 24개중 19.4개를 기업 방송사 연구소 등 17개 기관에 임대하고 있다. 예비용으로 남겨둔 4개를 제외하면 가동률이 97%로 매우 높다. 그러나 방송용 중계기는 사용가능한 24개의 채널 가운데 KBS가 위성방송용으로 쓰는 2개 채널을 제외한 22개는 「개점휴업」 상태. 예비용을 빼더라도 18개의 채널이 1년이 넘도록 놀고 있는 셈. 쌍둥이위성인 무궁화 1, 2호기의 위성방송 기능을 위해 투자된 비용은 6백78억원. 사용중인 채널 2개를 감안하더라도 한국통신은 가만히 앉아서 1년에 80억원 이상 손해보고 있다. 위성관제소를 운용하는데 드는 시설과 인력을 더하면 피해는 더 커진다. 정부는 원래 무궁화위성이 본격 가동되는 지난해초부터 상용 위성방송을 시작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대기업과 언론사의 위성방송사업 참여를 둘러싼 찬반논란과 △정보통신부와 공보처의 위성방송 관할권을 차지하려는 주도권 싸움 때문에 위성방송을 규정한 통합방송법이 아직 빛도 보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중에 있다. 종합유선방송이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위성방송의 조기 도입을 내심 꺼리는 공보처의 「지연작전」도 한몫을 했다. 정부는 이달중에 열릴 예정인 임시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의 통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보정국」에 이은 「대선정국」으로 임시국회 소집여부도 불투명한 형편이다. 정부의 기대대로 6월중에 법이 통과되고 연말까지 위성방송사업자가 선정되더라도 나머지 채널들이 위성방송 전파를 주고 받으려면 지금부터 최소한 1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우리나라가 위성방송을 미루고 있는 동안 일본 홍콩 등 주변국가들은 한반도를 가시청권으로 하는 수백개 채널의 위성방송을 추진, 빠르면 내년부터 일방적으로 우리 상공에 전파를 쏟아부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유휴 방송채널을 통신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방송중계기가 통신용보다 5배 이상 비싸 경제성이 없는 데다 위성방송사업자가 언제 선정될지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