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기불황에도 끄떡없다는 서울 천호동 423번지 일대의 윤락가 「텍사스촌」. 그러나 요즘은 찬바람이 쌩쌩 분다. 불황때문에? 물론 아니다. 도대체 지금 텍사스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번 주 「PD수첩」은 최근 존폐의 위기에 서있는 텍사스촌의 속사정을 파헤친다. 지난해 9월부터 텍사스촌에서는 유례없는 경찰의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새로 부임한 김기영 강동경찰서장이 미성년자 윤락행위로 인한 말썽이 끊이지 않는 텍사스촌에 밤마다 경찰을 배치해 검문을 시작한 것. 곧 흐지부지될 줄 알았던 단속이 계속되자 업주들은 은행 지점장과 지역구 의원들을 앞세워 이제 그만하라고 졸랐지만 김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결국 손님의 발길도 뜸해지고 아가씨들은 업소를 떠나기 시작했다. 1백70여개에 달하는 윤락업소가 단속을 시작한지 반 년만에 70여개로 줄어들었다. 단속권을 가진 행정당국이 업자들과의 유착관계를 과감히 끊고 분명한 의지를 갖는다면 미성년자 윤락행위를 줄일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업주들은 「세금을 낼테니 매춘을 공창(公娼)으로 인정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글쎄? 그 주장에 공감할 수는 없지만 모른 체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터이다. 지하로 잠복해 날로 번창하는 매춘산업을 이대로 두고만 볼 것인지. 이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냐는 제작진의 문제 제기는 한 번 짚어볼 만하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