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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이충순/정신질환자 실직대책 시급

입력 | 1997-06-03 08:08:00


최근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안증 우울증 정신분열병 소아정신병 약물남용 알코올중독 청소년비행 노인성치매 등으로 시달리는 정신질환자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외국의 연구결과들로 미뤄보면 정신질환자 비율은 전 인구의 2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환자가 생산력을 잃게 되므로 가족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과 심리적 고통을 주게 된다. 그런데도 정신질환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능력이 없고 가족들은 수치심으로 감추고 있는 실정이다. 이래저래 정신질환은 아직도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고 국가적 관심과 배려도 매우 부족하다. 그러나 그 심각성에 비춰볼 때 정신보건 문제를 지금처럼 안이하게 방치한다면 결국 엄청난 비용과 전문인력을 장기간 투입하더라도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는 최소한 3만8천병상의 정신의료시설이 필요하지만 현재 확보된 것은 2만4천병상 뿐이다. 또 파악되지 않은 수많은 환자들이 불법시설에 감금상태로 방치돼 있다. 정신질환자를 두렵고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는 사회적 편견이 매우 심한데다 치료 및 관리방법도 후진적이며 정부의 재정지원은 형식적일 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정신보건법 제정을 계기로 정신보건 정책을 입원수용 위주에서 재활치료를 통한 사회복귀 및 지역사회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입원대체시설 사회복귀시설 직업훈련시설 등 기반시설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또 지역사회도 관리에 필요한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제공해본 경험이 없는데다 전문인력마저 부족하다. 정부의 발표대로 하려면 획기적인 재정지원과 행정의지가 동반돼야 하지만 아직 그런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방행정조직은 정신보건법의 내용조차 모르고 있다. 과연 정부가 정신보건법을 시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정신보건 문제는 법률이나 이론 차원으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실행과 그에 따른 결과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집단인 정신질환자에게 보다 따뜻한 손길과 각별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민간부문이 활발히 나서고 많은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제안에만 귀기울일 일도 아니다. 실제 소비자인 환자와 가족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충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