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아리랑∼아라리요∼」. 일본 여인들의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로 듣는 아리랑이 처절하다. 일본 홋카이도의 항구도시 하코다테에는 일본인으로 구성된 고부시좌라는 연극단체가 있다. 이 극단은 한국의 전통무용과 민요 판소리를 토대로 「멀고도 먼 아리랑고개」라는 가무극을 만들어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일본여성들이 치마 저고리를 입고 열연하는 이 가무극은 일제시대에 하코다테의 사창가로 끌려온 한국여성들이 잇따라 다치마치 미사키 절벽에서 투신자살한 슬픈 이야기를 주제로 삼고 있다. 이 비극적인 투신자살사건은 일본 국내는 물론 한국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일. 특선 다큐 「멀고도 먼 아리랑고개」는 고부시좌 극단의 연극 준비과정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역사속의 서글픈 사실을 카메라에 비춘다. 무연고자 화장터에서 한국여성들의 자취를 찾던 제작진은 강제연행으로 끌려왔다가 불귀의 몸이 된 한 노동자의 유골을 찾아내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그러나 가족들에게 유골을 전달하는 것을 성사시키는데 주력하다 보니 초반의 문제의식이 다소 옅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코다테의 윤락가로 끌려온 한국여성들의 한과 그들의 자취를 추적하는 일에 좀더 초점을 맞추었더라면 주제가 보다 선명해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