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김형수교수(영상디자인과)의 수업시간. 「영상과 글쓰기」라는 이름의 이 시간에는 「인터랙티브 극작」이란 다소 「생소한」 부제가 붙어있다. 대화형 혹은 쌍방향(Interactive) 수업임을 밝힌 것이다. 학생들은 무수한 사진을 일련의 순서로 나열한 뒤 이를 시나리오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또는 시나리오에 맞춰 다양한 비디오영상을 찍는 숙제를 해온다. 각자 해온 숙제를 분석 평가하는 것이 수업시간의 전부. 일방적 강의는 없다. 수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에너미 제로」 「윙 코맨더4」 등의 CD롬 게임을 분석하고 소박하게나마 학생 자신이 CD롬 게임을 만들어본다. 일명 「인터랙티브 무비」. 김교수는 『「인터랙티브 무비」의 초보적 형태는 게임이다. 그러나 쏘아 죽이고 죽는 폭력적 게임 형태에서 벗어나 영화처럼 이야기구조와 예술성을 갖춘 것이 인터랙티브 무비』라고 말했다. 기존 영화가 완성된 필름을 상영하는 것인데 반해 인터랙티브 무비는 관객이 마음대로 줄거리와 영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의 소프트웨어는 나오지 않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전기 의자」나 와프사가 제작한 「에너미 제로(Enemy Zero)」 등이 초보적 인터랙티브 무비에 속한다. 올해초 국내에서도 출시된 「D의 식탁」 역시 인터랙티브 무비게임. 쿠엔틴 타란티노가 배우로 출연한 「전기 의자」는 전기 의자에 앉아 죽게 된 아들을 어머니가 구출한다는 내용을 기본 축으로 하고 있다. 1백분 가량의 동영상 데이터를 관람자들이 마음대로 편집한 새로운 내용. 공포영화인 「D의 식탁」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끝장면이 달라지는 멀티 엔딩을 갖고 있으며 2시간이 되면 영화처럼 엔딩자막이 떠오르기 때문에 그 시간안에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국내 음악분야에서는 한국전자음악협회 황성호회장(서울대음대 교수)이 선구자다. 지난해 그가 참여한 서울대 개교50주년 기념공연 「멀티미디어 플레이 그라운드」는 인터랙티브 뮤직을 시도한 행사였다. 말없이 몸짓으로 표현하는 마임과 전자음악, 마임과 조명이 어우러져 배우의 동작에 따라 다른 음악이 나오거나 연주자의 손놀림에 따라 다른 영상이 나오게 연출된 것. 양쪽 벽 속에 센서를 붙여 마임이스트의 섬세한 움직임이 서로 다른 음악으로 표현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아직 관객과의 상호작용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전자음악의 한계를 벗어나 공연의 현장성을 회복하려는 시도였다. 황회장은 『작가에게는 스튜디오에서 완성한 음악을 재생 반복하는데서 벗어나 작가의 느낌이나 관객의 반응에 따라 끊임없이 제삼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전자 센서나 리얼타임 컨트롤 등 디지털의 발전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관객의 반응에 따라 변하는 설치미술 등에서 인터랙티브 아트가 개발되고 있다. 인터랙티브 아트의 미래는 장미빛이다. 가상공간의 발달과 포스트모더니즘 바람 등으로 작가와 관객 사이의 간격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인터랙티브 아티스트들은 내다보고 있다. 〈신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