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규제 완화를 위해 곧 방송광고공사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 한다. 공정위는 방송광고의 영업권을 개별 방송사에 돌려주는 안과 공영방송인 KBS의 광고영업권만 광고공사에 남기고 다른 방송사의 광고영업권은 모두 각 방송사에 돌려주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가지 안은 차이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의 완급문제일 뿐 결국은 광고공사를 폐지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KBS 2TV의 광고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방송광고공사에 대한 논란은 시장원리를 배제한 독점체제가 초래하는 부작용과 조성된 공익자금 사용의 적합성 문제로 요약된다. 앞의 문제제기는 경제논리로 볼 때 정당하다. 하지만 뒤의 문제는 공익자금 조성명분에 적합하게 자금을 사용할 장치를 마련하면 해결된다. 그럼 경제논리가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까닭은 이 문제가 다음과 같은 몇가지 경제논리로만 풀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공중파 방송은 국민 소유인 전파를 위탁받은 것이므로 방송사가 남기는 이윤의 일정부분을 사회에 환원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광고공사가 그 역할을 담당해 왔다. 따라서 방송사에 광고영업권을 넘기고 공사를 폐지하려면 그에 앞서 「방송발전기금」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광고료는 시청률에 의해 결정되니 방송사가 영업권을 갖게 되면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 그 결과 프로그램의 저질화와 오락지향적 편성으로 획일화돼 시청자의 선택의 자유가 크게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셋째, 광고공사의 광고료 책정과 광고시간 배분으로 그나마 가능했던 중소기업의 광고기회가 박탈당하게 된다. 높은 광고료와 대기업의 광고시간 독점 때문이다. 넷째, 자연히 대광고주의 프로그램에 대한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위축돼 창의력이 쇠퇴하고 국민의 알 권리가 축소될 위험이 크다. 이같은 문제들을 도외시하고 경제논리만 앞세운다면 사회적 이익을 크게 저해할 것이므로 당연히 신중한 접근이 요청된다. 방송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윤의 사회환원제도는 반드시 존속돼야 한다. 공사의 기능을 전환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해결방안을 차근차근 마련하면서 독점체제를 푸는 수순을 밟아가야 할 것이다. 유재천(한국방송학회장·유재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