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5일 金賢哲(김현철)씨를 기소하면서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나사본) 운영자금 잔여금 1백20억원을 공개했다. 나사본은 92년 대선운동 사조직이므로 이 돈은 대선자금 잔여금이나 다름없다. 이를 근거 삼아 92년 대선자금 규모를 추론해 보면 최소한 수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검찰이 「꼬리가 잡힌」 나사본 자금을 토대로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선자금을 수사할 수 있을까. 검찰은 1백20억원이 나사본 자금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했느냐에 대해 『현철씨 비자금 중 뭉칫돈이 나와 계좌추적을 해보니 나사본까지 거슬러 올라 갔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그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나사본 자금의 원래 출처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말도 했다. 「그 이상의 추적」이나 「원래 출처 확인」은 곧 대선자금 수사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말은 곧 대선자금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그 이유를 계좌추적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은행의 수표번호를 촬영한 마이크로 필름이 훼손된데다 전표 등 그밖의 자료도 중간중간에 끊겨 자금추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사본 자금도 전부가 차명계좌에 들어 있어 그 이상의 계좌추적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주변에서는 이런 해명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대검 중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금추적이 나사본 활동자금까지만 거슬러 올라 가고 거기서 뚝 끊겼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1억∼2억원의 소규모 돈이라면 중간에서 흐름이 끊길 수도 있지만 1백억원이 넘는 돈의 흐름이 한꺼번에 끊기는 일은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검찰이 곧잘 원용하는 「저수지론」에도 맞지 않다. 수사 결과대로라면 검찰은 나사본이라는 저수지까지 찾아 올라갔으나 거기서 물흐름이 끊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수지가 샘물이 아닌 이상 상수원은 있게 마련이며 이를 쫓으면 대선자금의 발원지까지 찾아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검찰은 왜 나사본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다고 했는가. 바로 여기에 검찰의 고민이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고민 끝에 대선자금의 꼬리를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선택을 국민에게 맡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수형기자〉